국방부가 ‘2012년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사건을 자체 조사할 당시 결과를 축소·은폐한 의혹을 받는 김관진(68) 전 국방부 장관이 27일 “(당시) 수사 인력 일부가 수감돼 대단히 가슴 아프다”며 심경을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이날 8시45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사이버사의 대선 개입 사건 수사 은폐한 혐의 인정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선 검찰에서 적극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전 장관은 “세월호 보고 시간 조작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전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잘라 말했다. 이어 보고 시간 조작이 합법적이었는지 묻자 “검찰에서 다룰 문제다”고 말했다. 보고 시간 조작에 관여했는지 재차 묻자 “그것은 내가 장관 시절 일이었기 때문에 관여 안했다”고 답했다.
2010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발생한 국군 사이버사의 대선개입 사건의 조사 결과를 축소·은폐한 의혹을 받는다. 그는 2013~2014년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이버사의 대선 개입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이버사 심리전단이 2012년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취지의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2014년 11월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을 불구속 기소하며 '조직적인 선거개입이 없었다‘고 결론 내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근 백낙종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서 "김 전 장관으로부터 '대선개입 관련된 부분을 조사결과에서 제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장관을 지낸 후 2014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직했던 김 전 장관은 청와대의 허술한 초동 대응을 감추기 위해 상황 보고 시간을 사후 조작한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2014년 7월 말 대통령 훈령 318호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안보·재난 위기 상황 정보를 종합 관리한다”는 부분을 삭제하고 “안보 분야는 안보실,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가 담당한다”로 변경한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김 전 장관에게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사이버사 대선 개입을 지시했는지 등을 캐물을 계획이다.
한편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군 사이버사령부 여론조작 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됐으나 구속적부심을 통해 11일 만에 풀려났다. 이후 검찰은 지난 23일 김 전 장관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보강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