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와 모바일 결제 시스템 사용이 늘면서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줄고 있다. 자연스레 현금으로 지급하던 팁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낮은 임금을 팁으로 보완해온 미국 서비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호텔업도 예외는 아니다. 인터넷으로 호텔을 예약하고 결제 앱으로 여행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팁을 낼 현금을 들고 다니는 이가 점차 줄고 있다. 이는 호텔 직원들에겐 치명적이다. 객실 청소부나 벨보이와 같은 일부 직원들의 소득은 팁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호텔 객실 청소부의 평균 임금은 11.37달러(약 1만2200원)로 일부 도시에서는 시간당 10달러에 그쳤다. 이는 다른 분야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노동자에 비해 적은 편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병원 시설을 관리하는 근로자는 시간당 12.74달러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호텔 및 숙박협회는 1박 당 1~5달러의 팁을 권유한다. 일부 고객의 팁으로 하루에 몇 달러를 더 벌면 수입에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팁을 지급하는 고객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호텔 투숙객 중 3분의 1 미만이 객실을 청소하는 직원에게 팁을 남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클 린 코넬 대학 소비자행동학 교수는 “팁을 내지 않는 사람의 절반은 주머니에 적절한 현금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모든 절차가 앱에서 해결되는 우버 시스템에서 팁은 예외였다. 지난해 여름까지 우버 앱에는 운전기사에 대한 팁 메뉴가 없었다. 고객은 차에서 내리며 현금을 꺼내 기사에게 건네거나 아예 팁을 주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우버 기사의 임금이 낮은 것은 팁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우버는 앱에 팁 지급 메뉴를 추가해 이를 해결했다. 우버의 경쟁업체인 리프트는 초기부터 기타 승차 옵션을 통해 앱에서 팁을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식당이나 소매업계에서도 계산 시 팁 지급 여부를 묻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고객이 팁 금액을 설정하면 신용카드나 앱을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셰인 C. 블룸 텍사스테크대학 교수는 “호텔도 앱이나 결제 화면에 ‘객실 직원을 위한 팁을 남기고 싶습니까’와 같은 선택 메뉴를 도입해 팁을 제도화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변화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여전히 현금 팁을 선호한다. 현금은 그 자리에서 직접 받을 수 있지만 카드나 앱으로 지급된 팁은 다음 월급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수수료를 공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시대에는 느리고 적은 금액이라도 팁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 효과적이며 현실적인 선택이 불가피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