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정부, 지난 2년간의 대중국 강경 입장 벗어나려 해…관리들에게 집회 참석 금지 지시
지난해 중국과 갈등 양상을 보였던 인도가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뉴델리에서 개최하려던 집회를 사실상 불허하면서 중국과 화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티베트 망명 정부는 달라이 라마와 수만 명의 티베트인이 인도로 망명한 지 60주년을 맞아 이달 말과 다음 달 초에 걸쳐 뉴델리에서 성대한 행사를 치르기로 계획했다. 달라이 라마가 지난달 31일 참가하기로 했던 나무 심기 행사와 그 다음 날인 4월 1일 스포츠 경기장에서 열기로 한 ‘생큐 인디아’ 집회가 모두 취소됐다. 대신 티베트 망명 정부는 달라이 라마와 자신들의 본거지인 다람살라에서 행사를 치른다. 인도 정부가 장관 등 관리들에게 티베트 망명 정부가 주최하는 집회나 종파를 초월한 기도회 등에 참석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이 직접적인 이유라고 FT는 전했다. 인도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매우 민감한 시기여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영원한 긴장 상태는 양국 모두의 이익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타협하지 않지만 정상적인 길로 돌아가고 싶다. 양국 관계의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달라이 라마는 10년 전 열렸던 5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 정부가 티베트를 ‘지구상의 지옥’으로 만들고 티베트어와 문화, 종교를 말살하려 한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중국은 달라이 라마를 티베트 독립을 추구하는 분열주의자라고 부르면서 그와 관련된 어떤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가 지난해 4월 인도 북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 주를 8일간 방문했을 당시 강하게 반발했다. 이 주는 중국이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곳이 포함됐다. 당시 인도 측은 중국의 반발에도 달라이 라마를 귀빈으로 대접했다.
인도와 중국은 지난해 6월 국경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군이 부탄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지역에 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하자 인도가 동맹인 부탄의 안위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개입한 것이다. 당시 분쟁은 모디 총리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하기 전까지 2개월간 지속됐다.
전문가들은 달라이 라마의 뉴델리 집회를 사실상 봉쇄하면서 모디 정부가 지난 2년간 취했던 대중국 강경 자세에서 벗어나려 한다고 풀이했다.
인도는 네팔과 파키스탄은 물론 현재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몰디브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외교적으로 민감한 달라이 라마 집회가 부각되면 중국과의 관계 악화 속에서 인도 정부의 협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에 인도는 긴장을 완화하면서 최대한 자국의 입장을 피력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뉴델리 소재 자와할랄네루대학의 알카 아차르야 중국학 교수는 “인도의 최근 움직임은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방법”이라며 “인도 정부는 정치적인 함의를 내포하는 달라이 라마와 거리를 둬 중국과 좀 더 공식적이며 조정이 가능한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집회 취소 소식이 공개된 후 인도 외교부는 성명에서 “달라이 라마는 인도 국민의 깊은 존경을 받고 있으며 그 위치에 변화는 없다”며 “그는 앞으로도 인도에서 종교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