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공공조달 관련 뇌물제공업체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을 강화하라고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조달청에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공공조달 관련 기본법인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은 '부정당업자'에 대한 입찰참여자격 제한 기간을 최소 3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반행위의 동기·내용을 고려해 국가는 제재 기간의 절반, 지자체는 6개월의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게 돼 있다.
권익위가 나라장터의 부정당업자 제재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뇌물제공으로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은 293건 중 62건(21.2%)이 최소 제재 기간 3개월의 절반인 1.5개월 이하를 받았다.
뿐만 아니다. 지자체와 연관된 127건 중 52건(40.9%)은 1.5개월 이하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발주기관들이 입찰참가자격 제한 기간을 감경하면서 제시한 사유는 업체의 어려운 사정, 민원 발생 소지, 원만한 공사 준공, 뇌물액 경미 등으로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A공사는 뇌물제공업체 11곳 중 4곳의 제재를 감경하면서 협력업체 도산 우려, 뇌물액 경미 등을 감경사유로 내세웠지만, 감경된 업체보다 적은 액수의 뇌물을 제공한 업체는 감경하지 않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
권익위는 "국가계약법 및 지방계약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뇌물제공 업체에 대해서는 부정당업자 제재 감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라"고 권고했다.
이밖에도 권익위는 공공조달 과정에서 뇌물을 제공한 하도급업체가 계약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제재를 받지 않는 '사각지대'도 적발했다.
국가·지방계약법뿐만 아니라 개별법령인 전기공사업법, 정보통신공사업법, 소방시설공사업법, 문화재수리법에는 하도급업체의 뇌물제공이 적발되더라도 행정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일부 원청업체는 이를 악용해 하도급업체를 통해 발주기관에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익위는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소방시설공사, 문화재수리 등 전문공사와 관련해 원청업체가 하도급업체를 통해 편법으로 뇌물을 제공할 수 없도록 제재 및 감경배제규정을 마련하라"고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