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리 상승 기조가 증시를 덮친 가운데, 뭉칫돈이 잔존 만기가 짧은 단기채 펀드에 몰리고 있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단기 채권(일반채·국공채·회사채 ) 펀드에는 9일 기준 1개월간 패밀리클래스 합산 기준 총 617억 원이 순유입됐다. 1주일로 기간을 좁히더라도 상대적으로 많은 347억 원이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개별 펀드 중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올리는 펀드는 중소형 자산운용사인 유진자산운용이 2014년 선보인 ‘유진챔피언단기채펀드’다. 이 펀드는 한 달간 778억 원의 자금을 빨아들였다. 이 펀드의 운용 규모는 1조8132억 원으로 2조 원대를 넘보고 있다. 그 뒤를 △동양단기채권펀드(189억 원) △대신단기채펀드(115억 원) △동양하이플러스채권펀드(198억 원) △하이뉴굿초이스단기채권펀드(51억 원) 등이 바짝 쫓았다.
이 같은 단기채 펀드의 인기는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을 둘러싼 불안감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채권 중에서는 장기채의 투자 매력이 금리인상 기조로 크게 약화됐다. 금리는 채권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잔존만기가 90일 이내인 초단기채를 비롯해 최대 3년 미만인 단기채권은 금리 상승으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인 데다, 안정성이 높은 투자처로 꼽힌다.
증시 역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수입 규제와 같은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다소 침체됐다. 증시 부동자금이 늘어난 것은 머니마켓펀드(MMF) 동향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개인·법인 통합 MMF는 8일 119조7710억 원을 기록, 3개월 전(114조6483억 원)보다 5조 원 넘게 불어났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미국 고용시장의 빠른 회복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것이란 관측이 대두됐다. 우리금융연구소는 8일 미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상 횟수도 연 3회에서 연 4회로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돼 한국은행 역시 금리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국고채 3년물의 2월 한 달 평균 금리는 2.28%로, 장기물인 10년물은 2.77%였다.개별 단기채 펀드들의 기간수익률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가령 유진챔피언단기채펀드의 경우를 보면 9일 기준 1개월 수익률로 0.1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는 -0.04%, 국채 채권형 펀드는 0.14%의 수익률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