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타워 임대료, 지난 5년 간 10% 하락…트럼프 대통령 평판도 간접적 영향
미국 부동산업체 시티리얼티가 지난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 건물 총 11개 중 9개는 고급 부동산에 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개 건물은 임대료로 따졌을 때 중량급 매물로 판명됐다. 시티리얼티의 게비 월쇼 연구원은 “작년에 고급 부동산 가격은 전체적으로 2016년 대비 5% 하락했는데 트럼프 브랜드 건물은 8% 하락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평판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 지어진 건축물들은 색다른 고급스러움이 있어 더 높은 가격으로 팔린다”며 “브랜드로서 트럼프가 더는 새로움이 없다”고 분석했다.
작년 1월 취임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머물렀던 맨해튼 5번가에 있는 트럼프타워는 2012년 제곱피트(약 0.09㎡)당 가격이 3000달러(약 321만 원) 가까이 치솟은 뒤 이후 내림세를 기록했고 2014년 소폭 반등했으나 이후 줄곧 임대료는 내려갔다. 지난 5년간 제곱피트당 임대료는 10% 하락했다. 현재 임대료는 제곱피트당 2000달러이며 이는 인근의 1980년대에 지어진 ‘메트로폴리탄 타워’와 비슷한 수준이다.
작년 부동산 그룹 ‘트럼프오거니제이션’이 소유한 맨해튼 소재 트럼프 아파트의 임대료는 평균적으로 제곱피트당 1741달러에 팔렸다. 이는 맨해튼에 있는 아파트 평균 시세보다 6.6% 낮은 가격이다.
시티리얼티는 지난 10년간 고급 아파트들이 더 많이 지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중개업자들은 단순히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요인은 호화로움을 과시하는 디자인이 한물간 취급 받는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돌리 렌즈 중개업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수요자들의 미학 역시 변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타워가 문을 열었던 1980~90년대만 해도 황금색 디자인은 멋진 느낌을 주었으나 오늘날에는 미니멀리즘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판 역시 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타워가 완공되기도 전인 1980년 뉴욕타임스(NYT)는 기사에서 “‘트럼프’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만으로도 그 건물은 다른 건물들에 비해 25% 더 가치있다”고 평가했다. 기사가 나가고 3년 뒤인 1983년 트럼프타워는 문을 열었다. 그러나 오늘날 NYT의 분석에 동의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이자 트럼프오거니제이션의 임원인 에릭 트럼프는 시티리얼티의 분석을 두고 “35년 된 건물과 새로 지어진 고급 건물과 비교를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사람들이 원하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가 조작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 건물은 세계에서 제곱피트당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며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글로벌 브랜드인 트럼프 호텔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로 3곳의 트럼프 호텔이 ‘트럼프’라는 이름을 빼기로 한 것이다. 작년 6월 캐나다 토론토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앤드 타워’가 새 소유주를 맞아 건물명을 바꿨고, 11월에는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 소호’가 트럼프그룹과 라이선스 계약을 해지하면서 이름을 바꾼다고 밝혔다.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 있는 ‘트럼프 오션 클럽 인터내셔널 호텔 앤 타워’도 같은 이유로 이름을 바꿀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