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미투운동이 불붙은 가운데 2004년 벌어진 '단역 배우 자매 자살 사건'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2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이 재조명됐다.
'단역 배우 자매 자살 사건'은 2004년 단역 배우 A씨가 촬영장에서 보조반장 등 동료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자살하고, A씨에게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준 동생 B씨가 죄책감에 언니를 따라 자살한 사건이다.
2004년 7월~9월 A씨는 보조반장인 단역 반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통상 보조반장은 단역배우의 직업적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다. 해당 보조반장은 자신이 성폭행한 사실을 주위에 폭로했고, 다른 현장 반장, 부장, 캐스팅 담당자가 보조반장을 따라서 A씨를 인근 모텔과 차량 등으로 수시로 끌고 가 성추행 및 성폭행했다.
A씨를 성폭행한 사람만 4명이며 성추행한 사람은 8명에 달한다. 또 이들은 A씨에게 "성폭행 사실을 공개해 사회생활을 못 하게 하겠다", "동생과 어머니를 살해하겠다", "네 동생을 팔아넘기겠다"며 지속적으로 협박했다.
이에 A씨는 정신병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정신과 치료 중에 의사에게 이 사실을 고백한 것. A씨의 어머니는 가해자 열두 명을 고발했으나 가해자는 '합의 성교'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도 2차 가해 문제가 제기됐다. 경찰은 가해자들을 칸막이 처리해 피해자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 성폭행 관련 조사를 한 것. 경찰 수사 내용도 '당시 상황을 자세히 묘사해라', '남성의 은밀한 부위를 센티미터까지 재고 색깔까지 써라' 식이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에게 "열몇 명하고 관계한 아줌마야. 아가씨야? 당신이야?"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가해자 C씨는 수사 내용을 들은 후 "가족들을 죽여버리겠다. 고소를 취하하라"며 A씨를 협박했다. 아울러 A씨의 모친이 경찰에 항의하자 C씨는 모친을 폭행했다. A씨의 모친은 C씨를 상대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C씨를 불기소처분했다.
결국 A씨는 2009년 8월 28일 오후 8시 18분 18층 빌딩에서 '나는 그들의 노리개였다. 그들은 나를 건드렸다.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A씨가 죽고 난 6일 후 B씨는 죄책감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언니를 도와주지 못한 데다가 언니에게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준 죄책감 때문이었다. 얼마 후 두 딸을 보낸 충격으로 아버지까지 세상을 떠났다.
이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사건은 미투의 전형이다. 권력관계가 있고 직업적 가치의 훼손이 전제돼 있다. 끔찍한 성폭력도 있었다. 공권력이 또 다른 가해를 한 것"이라며 사건 해결을 촉구했다.
한편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청원글이 잇따르고 있다. 3월 3일 게시된 청원글은 20만여 명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