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김기식, 미묘한 신경전...금융정책 시각차 '불편한 한팀'

입력 2018-04-0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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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오른쪽) 금융위원장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접견실에서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금융위원회

“금감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큰 만큼 내부혁신과 조직 안정에 힘써달라.”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전날 오후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과의 첫 만남에서 이러한 당부를 전했다. 최근 최흥식 전임 원장의 채용비리 적발과 지난해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밝혀진 내부 비리들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크다는 점을 언급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상호 존중하고 소통채널을 활성화하자고도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금융혁신 추진에 금감원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전임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원장이 만남 때마다 ‘혼연일체’를 강조해 온 것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김 원장은 취임사에서 역대 원장들과 달리 이례적으로 금융위와 금감원의 노선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최 위원장 역시 금감원에 ‘내부 단속부터 하라’며 미묘한 냉기류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 위원장과 김 원장은 앞으로 금융위와 금감원의 신경전을 예고하는 반응에 대해 모두 “긴장관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까지 금융위와 김기식 원장의 행보를 보면 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 입장을 밝힌 경우가 많아 향후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사안으로는 ‘이건희 삼성 차명계좌’가 대표적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비롯해 연말 기자간담회에서도 “현행 실명제 해석상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사안에 대해 과징금 부과가 어렵고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김 원장이 참여연대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싸워온 사안이다. 김 원장은 이건희 차명계좌는 삼성그룹의 이익이 아닌 이건희 회장 개인의 불법 경영권 승계 과정의 일부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금감원은 지난달 이건희 차명계좌 확인 태스크포스(TF)에서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61억8000만 원이라고 최종 집계했으나 관련 조사가 더 이어질지 주목된다.

금산분리 관련해서도 최 위원장과 김 원장은 정반대 입장을 보였다. 최 위원장은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비은행 산업자본의 진입도 일부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김 원장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해 왔다. 김 원장은 2012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내며 비은행지주회사가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당시 인터넷은행 인가 자체에도 반대했다.

금융감독기구 개편도 김 원장은 금융정책과 감독이 분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감독 권한까지 일부 행사하는 금융위가 완전히 정책업무만 수행하도록 조직을 분리·개편하고 금감원도 소비자보호 부문은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국회에서 추진된 금융감독기구 개편에 대해 물밑으로 ‘절대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금융소비자 부문 분리만 타진하는 전략을 쓰기도 했다. 이외에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일몰 연장 또는 상시화 논의, 지정감사제 확대 여부 등과 관련해 금융위 기존 입장과 김 원장의 정책 방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원장이 시민운동가나 정치인이 아닌 기관장으로서 자신의 소신을 얼마나 주지시킬지는 모르지만 그간 사실상 상하 관계였던 금융위와의 관계가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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