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목표로 택시앱·자율주행차 도입 박차…“혁신 저조한 일본에 새 바람 될 것”
일본 택시 시장의 규모는 약 170억 달러(약 18조 132억 원)로 세계 최대다.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자동차와 친절한 운전자 덕분에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고품질 서비스에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팁 문화에 익숙한 외국인들에게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반면 신규 진입자에게 일본 택시 업계는 불친절한 시장이다. 규제가 엄격한 탓이다. 이미 택시 시스템이 잘 작동하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는 점은 세계 자동차 공유 시장을 휩쓴 우버마저 어려움을 겪게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쿄에서 우버의 월간 이용률은 1% 미만에 불과하다.
이러한 일본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거대 기업들이 나서 택시에 IT 신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 3위 이동통신업체 소프트뱅크는 올해 초 중국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디디추싱과 협력해 택시 앱 개발을 목표로 합작 투자를 시작했다. 디디추싱의 기술을 활용해 수요를 파악하고 도쿄와 오사카, 교토, 후쿠오카 등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소니는 택시 회사 5곳과 제휴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택시 호출 플랫폼을 구축한다. AI를 통해 교통 상황뿐만 아니라 날씨와 시간대, 대규모 행사 등을 고려한 수요량을 예측한다. 닛산자동차는 모바일게임 업체 디엔에이와 요코하마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리프 택시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지라이드’라는 로보택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닛산은 로보택시를 시험해본 사람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도요타자동차도 ‘이동성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일본 최대 택시 앱 재팬택시와 제휴해 택시 터미널, 차량 파견 시스템 등 이동성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한국의 카카오도 재팬택시와 손을 잡았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앱을 통해 6만 대의 택시를 이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에 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오기 레드직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커넥티드 차량 및 이동성 서비스 선임 부사장은 “2020년 초 우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한 인프라를 배치할 것”이라면서 “이지라이드의 출시로 일본에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화는 도쿄의 택시의 고령화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도쿄 택시 운전사의 평균 연령은 60세이다. 일본의 인구 상황을 고려하면 평균 연령이 낮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스티븐 블레스테인 컨설팅 업체 레란사 최고경영자(CEO)는 “일본은 기술과 인프라, 자본 등 혁신 기반에는 부족함이 없으나 혁신을 위한 자유가 결핍돼 있다”면서 “이러한 막힘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택시 업계에서 일어난 변화가 일본 경제 전반을 덮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