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위헌소송 낸 김종규 변호사…안전진단 기준 강화, 포괄위임 금지 원칙 위배
앞서 국토교통부가 1월 서울의 모 재건축 단지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이 8억4000만 원에 달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밝혀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개인의 이익을 국가가 과도하게 징수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재건축 조합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인본 김종규 대표변호사는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개인의 재산을 빼앗는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10개 조합·1개 추진위 공동 위헌소송
-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위헌소송을 준비한 계기는
“지난해 8·2 부동산대책 중 재건축부담금 부활 방안이 논의되면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의 위헌성에 관심을 두게 됐다. 당시 몇몇 강남 재건축 조합장과 얘기를 했지만,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라도 헌법소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동료 변호사들의 동의를 받아 추진했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재건축부담금제도가 다시 시행된 올해부터다. 특히 국토부가 조합원 1인당 수억 원을 낼 수도 있다는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을 발표하자 여러 조합이 헌법소원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강남권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지방에서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애초 20여 개의 재건축 조합·추진위원회가 함께하기로 했으나, 조합원들 간 합의 등 절차상 문제로 10개 조합과 1개 추진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위헌소송을 냈다.”
공시가격·실거래가 부과기준 엇갈려
- 이번 헌법소원의 쟁점은 무엇인가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재건축부담금을 규정하는 방법의 위헌성이다. 재건축부담금은 흔히 ‘세금’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받아 주거환경개선 등의 사업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재건축부담금은 이처럼 실질 조세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부담금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헌법이 정하고 있는 조세법률주의를 위배하고 있다. 헌재도 실질 조세를 명목상 달리 규정하는 것을 조세법률주의에 반하는 것으로 본다.
다음은 미실현 이득이 과세 요건을 갖췄는지이다. 헌재의 결정례를 참고하면 과세 자체는 위헌이 아니다. 다만 미실현 이득 과세는 △공정하고 정확한 계측의 문제 △납세자의 현실 담세력 문제 △주택가격하락에 대비한 적절한 보충 규정 설정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재건축 이익환수법은 부과 기준이 불명확하다. 부과의 기준 시점인 개시 시점을 ‘추진위원회 승인 시점’으로 규정해 지나치게 불확실하다. 더불어 주택가격을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가격을 반영해 불합리하다. 게다가 종료 시점의 주택가격은 분양가를 기준으로 하는 등 사실상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해 초과이득이 과도하게 계상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미실현 이득 과세는 1가구 1주택자나 현금자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납세자가 현실 담세력이 없어 사실상 주택을 강제로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끝으로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 이득에 부과하는 것으로, 경제적인 가치 상승에 대해 매기는 양도소득세와 목적이 같다. 부동산의 경제적인 가치 상승에 대한 이중과세는 위헌성이 있다.”
2008년 한 차례 각하…정치적 결정 의심
- 위헌소송 결과를 어떻게 보는가
“재건축 과정에서 조합은 사업시행 인가를 받으면 즉시 시나 구로부터 재건축부담금 납부대상 지역으로 고지받아 관련된 자료를 제출한다. 관리처분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통보받은 예정액을 조합원 각자의 부담금으로 산출해 통지한다. 이처럼 현행 법률상 국토부 장관이 재건축부담금을 부과하기 이전부터 조합들은 법에 따라 부수적인 의무를 부과받고 있다.
또한 국토부 장관은 재건축부담금에 대해 자신의 재량이 전혀 없이 법이 정해진 절차와 기준에 따라 부과한다. 이는 기속 행위에 불과하다. 국토부 장관의 처분 행위 이전에 법률에 대해 다툴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기존 헌재의 입장에 부합한다.
헌재는 2008년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의 위헌소송을 각하한 바 있다. 이번에도 헌재가 정치적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청구마저 각하한다면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보루인 헌재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다. 결코 각하해서는 안 된다. 결과는 연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토지공개념’ 우리 헌법에 이미 포함
-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강화한 개헌안을 발의했는데 재건축부담금과의 연관성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은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명시되는 것과 무관하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최소한의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헌재나 외국의 판례들이 밝히고 있는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넘어선 위헌적인 법률이다. 우리 헌법은 이미 토지공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정부안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헌법에 ‘특별히 제한’이란 등의 표현은 수준을 낮추는 것이다.”
- 최근 주택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발표가 있었는데
“재건축 안전진단기준 고시는 국민의 기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단순히 행정기관의 내규에 불과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안전진단기준 고시는 행정절차법상 행정입법의 절차를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번 고시는 행정예고의 절차를 따르고 있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전진단과 관련해서는 도시정비법에서 대략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다. 사실상 국민의 기본권을 행정기관이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의해 좌지우지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어떻게 적용되나>
재건축으로 인해 얻어지는 이익금을 세금으로 환수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처음 재건축조합을 설립할 때 기준으로 관할청의 추천을 받은 감정평가사 1군데와 조합원 총회에서 선정한 감정평가사 1군데의 감정평가 결과의 평균가격을 재건축의 기준가격이라고 한다. 이후 설계를 하고 사업시행인가를 받게 되면 관리처분(분양)을 하게 되는데, 이때 다시 한 번 감정평가를 실시한다. 분양가격에서 기준 금액을 빼고 조합원이 내는 분담금을 빼면 나머지 금액이 조합원들의 이익이 된다. 이익 중 기본적으로 1가구당 3000만 원씩을 공제를 해 준 다음, 그래도 남는 이익금이 있으면 이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게 되는데, 이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라고 부른다.
<김종규 대표 변호사는>
법무법인 인본 김종규(45) 대표변호사는 성균관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독일 만하임대학교에서 헌법소송 등 법학 박사과정을 거쳤다.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36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서울시 자문변호사, 경찰청 인권법 자문변호사, 보건복지부 등 행정입법과정 자문위원 등을 맡았으며, 현재 재건축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인본을 이끌고 있다.
김 변호사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위헌소송으로 “강남 부자들을 대변한다”는 힐난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번 위헌소송은 정부가 행정 편의적인 미봉책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함부로 짓밟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헌법소원은 객관소송인 만큼 청구인(특정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