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그레슬리 법사위원장 “의회는 프라이버시 정책 강화 검토해야”…저커버그, 정치광고 심사 시스템 구축 약속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처음으로 미국 의회청문회에 출석해 개인정보 유출과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문제에 대해 증언했다. 미 상원의원들은 새로운 IT 규제책을 언급하며 페이스북을 향해 경고했다고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미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의 합동 청문회에 출석해 영국 정보 분석 업체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가 2016년 미 대선에서 페이스북 이용자 수천만 명의 정보를 이용했다는 점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지금 여기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은 내게 있다”고 말했다.
상원의원들은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을 밝히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 때문에 한동안 의회 내에서 거의 논쟁거리로 오르지 않았던 ‘IT 기업 규제’가 이날 눈에 띄게 언급됐다고 WSJ는 전했다. 척 그레슬리 상원 법사위원장은 “현상 유지는 안 된다”며 “의회는 수십억의 소비자들에게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프라이버시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이안 페인스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IT 업체들은 자율적인 규제를 주장하지만, 나는 이들이 어떻게 스스로 규제할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앞서 빌 넬슨 상원의원도 성명에서 “페이스북을 포함한 IT 업체들이 프라이버시 침해를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가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커버그는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페이스북이 의회와 협력해 보완점을 모색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저커버그는 “인터넷이 우리 삶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면서 실질적인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개인정보의 투명한 사용과 보호 방안 등을 제시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기업들이 스스로 혁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규제가 과하면 미국이 다른 국가, 특히 중국 IT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있다”고 역설했다.
저커버그는 모든 정치적 광고를 심사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도 약속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례를 신고하면 최고 4만 달러(약 4256만 원)의 포상금을 주겠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유출 사례가 신고되면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나아가 소송까지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가짜 계정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인데 이러한 계정을 이용하려는 세력 때문에 곤욕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이용하려는 러시아 측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며 “이것은 군비 경쟁을 연상케 할 정도이며, 계속 심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러시아에는 우리 시스템을 포함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악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따라서 우리는 가짜 계정 식별에 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의 개입을 조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에 페이스북이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직원들이 뮬러 특검과 인터뷰를 했다”며 “다만 나는 인터뷰를 한 당사자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미 연방수사국(FBI)에 특별 자문을 한 것은 기밀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공개 석상에서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페이스북의 주가는 청문회 개최에 앞서 전일 대비 4.5% 급등으로 마감했다. 저커버그가 회사에 닥친 최대 위기인 청문회를 잘 넘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