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부 차장
지난해 청년 일자리 예산은 전년 대비 10.4% 증가한 2조6000억 원이다. 올해도 전년 대비 16.1%(본예산) 증가했다. 연이은 두 자릿수 증가율과 함께 이번 청년 일자리 대규모 추경은 문재인 정부가 청년 일자리에 그만큼 신경을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청년 일자리 대책은 3~5년의 단기 대책이며, 청년 취업에 대한 구조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세금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청년 일자리 대책의 핵심은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의 임금을 대기업 수준으로 근접시켜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독려하는 동시에, 기업에 세제 등의 혜택을 줘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다. 적지 않은 청년들이 낮은 임금을 이유로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고 있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대졸자의 연봉 평균은 2500만 원으로, 대기업 3800만 원의 70%도 안된다.
특히 “첫 직장에서 받는 연봉 수준이 10년 이후까지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거부감을 더하게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청년기 일자리 특성의 장기효과 분석’에 따르면 전문대졸 남성을 기준으로, 첫 직장에서 받았던 임금이 평균보다 10% 높을 경우 경력 1~2년 차엔 약 4.5%, 경력 11년 차 이상엔 약 3.8% 정도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청년 일자리 추경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목돈 마련, 소득세 면제, 전·월세 보증금 저리(1.2%) 대출, 산업단지 취업 청년을 위한 교통카드 지급 등 지원책을 내놓았다. 언뜻 보기엔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을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정책은 ‘단기 대책’이란 점이 함정이다. 단기적으로 ‘돈’을 투입해 불안 요소들을 억누르고 있지만, 정부 지원이 끝나면 화산이 폭발하듯 문제점들이 터져 나올 수 있다. 3~5년 뒤 정부 지원이 끊기면 중소기업에 취업했던 청년들은 연봉이 큰 폭으로 감소하게 돼 상실감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쪼그라든 월급 봉투에 실망을 느낀 청년들의 퇴사가 줄을 이을 수 있으며, 기업 역시 이런 점을 걱정하고 있다.
중소기업도 구직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중소기업의 상용직 빈 일자리 17만1000개 중 10만6000개가 300만 원 이상의 월급을 지급하는 일자리다. 300만 원 이상의 월급을 주지만, 빈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는 것은 구직자들이 금전적인 부분만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12월 청년 일자리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는 “중소기업에 가면 임금은 낮아도 더 나은 게 있어야 할 텐데, 야근도 더 많고 기업 문화도 안 좋은 경우가 많아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도 수반돼야 한다. “공공 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으며 민간 주도의 일자리 창출이 바람직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이 전문가 대부분의 견해다. 이를 위해 우리 경제와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훗날 문제점을 분출하는 화산이 아닌 일자리를 분출하는 화산의 불씨가 마련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