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지원 중단에 5월11일자로 폐쇄…‘38노스’는 유지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가 한국 정부의 예산 지원 중단에 따라 설립 12년 만에 사라진다.
한미연구소는 9일(현지시각) 한국 정부가 올해 6월부터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5월 연구소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발리 나스르 SAIS 학장은 9일 미 국무부 북핵 특사 출신인 한미연구소 로버트 갈루치 이사장과 구재회 소장에게 한미연구소를 5월 11일 자로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다만 한미연구소가 운영해 온 북한전문사이트인 38노스는 카네기재단 등의 기부금으로 별도 재원을 마련해 독립 연구소의 형태로 계속 유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38노스 공동설립자인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이 그 운영을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갈루치 이사장은 한국 정부로부터 구재회 한미연구소 소장 교체란 ‘부적절한 간섭’을 거부한 뒤 지원 중단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정치 성향 등을 이유로 삼아 소장과 부소장 교체를 압박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미연구소를 지원하는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청와대 개입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대외경제연은 회계 투명성 등 운영 개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대외경제연은 연 180만 달러(약 19억 원)를 지원받는 한미연구소의 실적 부진과 회계보고서 불투명, 2007년 이후 바뀌지 않고 있는 연구소장의 장기 집권 등 때문에 여야 합의에 따라 자금 지원을 중단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갈루치 이사장은 연구소의 회계보고서는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다고 반박하며 한국 정부에 (불투명에 관한) 증거를 요구했으나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공외교의 산물인 한미연구소 폐쇄는 극단적인 조치란 비판도 있다. 이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북한연구를 비롯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싱크탱크 활동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있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국 싱크탱크에 대한 지원·점검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