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노사가 10일 오후 산업은행에 인건비 삭감을 골자로 한 자구안과 노사확약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고정비 감축을 위해 사측이 제안한 인력 구조조정(희망퇴직·아웃소싱 전환)방안을 거부하고 인건비 60% 삭감을 선택했다. 산업은행은 법정관리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변함없지만 제출한 자구안을 ‘검토는 해본다’는 입장이다. 구조조정 원칙을 강조해왔던 정부와 산업은행의 STX조선해양 처리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노조는 인건비 삭감을 감내하고 일자리는 지킨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부와 채권단은 생산직 인건비 75% 감축을 요구했다. 사측은 이를 위해 500여 명 수준의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막판에 노조와 인건비 감축에 합의했다. 인건비 감축을 택한 노사는 자구안에 △통상임금 5% 삭감 △성과급 300% 반납 △1년 중 6개월 무급 휴직 실시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는 최초 노조가 제시했던 안의 두 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구조조정의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은행은 원칙을 따르되 검토 후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1일 “노사 합의 내용이 기대 수준에 미달한다면 계획대로 (법정관리) 절차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정관리행이 취소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초 요구했던 생산직 구조조정은 없었지만, 노조가 정상화를 위해 일정 부분 양보한 만큼 예상한 수준의 고정비 절감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산업은행이 자구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결정은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보다 산경장(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입김이 더 세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TX조선의 법정관리행이 취소된다면 산업은행은 원칙이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금호타이어에 이어 STX조선해양까지 미리 못 박았던 데드라인을 넘겼지만, 예고한 바와 다르게 ‘절차’는 없었다. 이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잘못된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