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ㆍ인건비 인상 맞닥뜨린 중소기업계 “우리 살길은 자동화”

입력 2018-04-16 21:25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13일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금형공업협동조합 머시닝센터에서 특성화고 학생들이 실습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중기중앙회)

“근로시간 단축 시대에 한국 금형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자동화와 첨단화는 반드시 가야할 길입니다.”

13일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에서 만난 박순황 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근로시간 단축은 한국 금형업계의 최대 장점인 납기일 준수에 치명적인 반면, 자동화를 통해 납기일을 더 단축할 수 있다”며 “조합도 24시간 공장 가동을 자동화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자동화와 첨단화가 되면 정부는 일자리가 줄어들 거라고 우려하지만 기우”라면서 “금형산업이 첨단화되면 경쟁력이 높아지고 인재도 더 많이 모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은 플라스틱 금형, 프레스 금형, 다이캐스팅 금형 등 다양한 금형 분야에서 560여개사에 이르는 조합원사를 아우르는 우수 중소기업협동조합이다. 조합원의 대부분은 직원수 20인 안팎의 소기업이지만, 국내 금형업계 수출 규모를 세계 2위로 올려놓을 만큼 금형산업 발전에 이바지 해온 공이 큰 협동조합이다.

금형공업협동조합이 가장 힘쓰는 주력 사업은 전문인력 양성이다. 금형 강국의 기반이 전문 인력에 있다고 보고, 조합 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산학 협력 범위도 넓혀나가고 있다.

이날 방문한 조합 내 인재교육원은 매년 500여명의 기술자를 교육하고 있다. 교육원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 수료를 위해서 평균 3개월~6개월이 소요될만큼 집중적인 전문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교육장 내 마련된 ‘머시닝 센터’는 다양한 금형가공 장비와 전문 강사, 기숙사를 완비하고 특성화고등학생부터 대졸자, 현직자를 위해 수준 높은 실습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었다.

교육과정 중에는 기술자 없이도 금형이 가능한 ‘오축가공기’ 등을 비롯해 다양한 자동화 장비를 다루는 교육도 포함돼 있다. 정명환 인력지원본부장은 “근로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면 자동화 장비와 충분한 전문인력으로 가야 하므로 관련 인력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13일 방문한 서울 금천구의 주택가구협동조합에서 연구원들이 품질 시험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중기중앙회)

같은 날 방문한 서울 금천구의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 이기덕 이사장도 근로시간 단축과 인건비 인상에 대비해 표준화와 자동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택가구협동조합은 평균 4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연매출 200억~250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 120여개사로 이뤄져 있다. 한해 사업 예산 37억원, 상근 임직원 19명 규모의 작지만 우수한 협동조합이다.

이 이사장은 “시내 기업인들과 만나서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애로사항에 대해 많이 듣는데, 인원 채용하기를 꺼리는 곳이 많다”면서 “인력으로 하던걸 자동화를 통해 대체하고 인원을 감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최근에는 유럽에 가서 자동화 라인 구축을 도입해 15명 일하는 것을 4~5명이 일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소득주도 성장한다고 말씀했는데 거기에 반론하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중소기업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주택가구협동조합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단체표준 작업이다. 단체 표준은 인증사업, 공동구매 사업, 시험사업, 공동상표사업 등 협동조합의 다양한 공동사업의 근간이 된다. 조합은 이런 다양한 공동 사업을 통해 제품 품질을 일률적으로 향상시키고 조합원사의 원부자재 구매 부담도 덜어주고 있었다.

표준 작업은 자동화의 근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가기술표준원은 법령 미비를 이유로 단체표준을 국가계약법시행령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달부턴 국가계약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제한경쟁대상에 ‘우수단체 표준인증제품’이 추가될 전망이다.

조합이 운영하는 가구시험연구원의 이연동 원장은 “우리나라는 국가가 주도해서 표준을 해왔는데 선진국의 경우 민간이 자율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스마트공장화를 진행하려고 해도 ‘표준화’가 전제돼야 한다. 중소기업이 공정 자동화를 할 때 정부가 민간 표준 활성화 지원은 못해주더라도 홀대는 안해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인건비 인상 등 고용의 위기를 자동화‧스마트화라는 나름의 방법으로 풀어가려고 하지만 정부 지원은 아직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박 이사장은 공장 자동화와 첨단화에 정부가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 등 근로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공장 자동화와 첨단화, 전문인력 양성에 정부 지원 예산은 터무니 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교육프로그램에 자동화를 추가하려선 해외 우수한 장비까지 다룰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다 국산화 장비다.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예산 부담도 무겁다. 정부 지원을 늘려달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정부가 기업당 5000만원씩 주면서 스마트공장을 돕는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규모는 아니다”면서 “인건비 인상와 근로시간 단축에 직면한 기업에게 실질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는 해결책을 고심해달라”고 주문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