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투자·고용 살아나…“끔찍한 경기 침체로 돌아가지 않을 것” 자신
기업들은 그리스가 최악의 경제난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신호가 선명해지면서 ‘그리스 투자 확대’를 선언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작년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를 기록했다. 지난 2월 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그리스가 11년 만에 실질적으로 3분기 연속 GDP 성장을 기록했다며 그리스의 신용 등급을 ‘B-’에서 ‘B’로 한 단계 올렸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그리스의 GDP 성장률이 2%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7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오는 8월부터는 그리스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네덜란드 식품 소매업체 스파르는 이번 달 말 그리스 크레타섬과 스키아토스섬에 2개의 신규 매장을 열 예정이다. 2년 전만 해도 스파르는 현지 파트너가 손을 떼면서 그리스에서 사업을 포기했다. 당시 상황은 2009년 경제가 침체에 빠진 이후 그리스에서 소매업이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보여줬다. 이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스파르의 피보스 카라키트토스 최고경영자(CEO)는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며 “투자자들이 돌아올 일만 남았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와 사회 안정까지 더해지면 우리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 최대 항공사인 에게안항공은 지난달 에어버스에 신규 비행기 42대를 주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49억 달러(약 5조2954억 원)에 달한다. 이는 그리스 경제가 무너진 뒤 에게안항공이 단행하는 최대 규모의 투자다. 에게안항공의 에프티치오스 바실라키스 부회장은 “이번 투자에 대해서는 1년 넘게 조사했다”며 “그리스가 점진적인 안정화를 이루고 있다고 판단했으며, 끔찍한 경기 침체로 되돌아가지 않으리라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도 그리스 투자에 합류했다. 테슬라는 그리스 아테네에 연구·개발(R&D)센터 신설을 준비 중이다. 테슬라는 그리스가 고학력 IT 인재들이 많은 곳인 동시에 저렴한 인건비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헤드헌팅 전문 기업 맨파워그룹은 그리스 노동 시장이 9년래 최고로 견고하다고 분석했다. 조사에 따르면 그리스에서 고용주 4명 중 1명은 올해 2분기에 근로자를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감원을 고려하고 있다는 고용주는 전체 응답자 중 5%에 그쳤다. EFG유로뱅크의 타소스 아나스타사토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 경제지표를 인용하며 “아무도 더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언급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다만 그리스의 성장세가 단기적인 반응에 그칠 것인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시작일지 문제는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그리스를 떠났던 노동자들도 고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영양사로 근무 중인 나탈리아 니콜라이디(29)는 모국에서 다시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고 판단해 작년 10월 아제르바이잔에서 그리스로 돌아왔다. 그는 아제르바이잔보다 아테네에서 일하면 소득이 더 적을 것이라는 점은 알고 있지만, 예전보다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해외에 있는 친구들이 그리스로 돌아오길 원하는데 그들은 올해가 해외에서 사는 마지막 해가 되길 바라고 있다”며 “마침내 터널 끝에서 불빛이 비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