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에도 산아제한 정책 유지…경제성장 둔화 비상
중국의 저출산과 고령화는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노령 인구가 늘면 연금이나 의료비 등 지출이 늘어나는데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최악의 경우 성장 둔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중국 사회가 수억 명의 은퇴자를 돌볼 수 없게 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해 5월 급속한 고령화로 중국이 부채 상환 능력을 잃을 것이라 예상하면서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무디스는 중국의 잠재성장률이 향후 5년간 약 5%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지난해 성장률은 6.9%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당국이 산아제한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합계출산율은 1.5명이나 전문가들은 이는 과장된 수치이며 실제로는 1.05명 이하일 것으로 추정한다. 2016년 중국 정부는 한 자녀 정책을 폐지했지만 여전히 가족계획법으로 세 자녀 이상 출산을 제한하고 있다.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구가 많다는 인식 탓이다. 왕페이안 중국 국가위생계획생육위원회 부주임은 지난해 WSJ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는 인구 부족이 없다”면서 “100년 안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도 현재 은퇴자 1명당 2.8명인 노동자 수가 2050년에는 1.3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자녀 정책이 오랜 기간 이어져 인식 변화도 쉽지 않다. 출산휴가가 확대됐지만 일부 여성은 휴가를 두 번 사용하는 것은 경력에 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자녀를 둔 가정의 53%는 둘째 자녀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바오창 인민대 인구통계학 교수는 정부가 지금 무엇을 하든지 전반적인 추세를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0년 이전에 모든 출산 제한을 해제했어야 했다”면서 “어떠한 조치를 하더라도 중국의 저출산은 되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많은 국가가 노동인구 감소 여파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중국은 그마저도 부실하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겪는 나라들은 은퇴연령을 높이거나 이민을 장려한다. 싱가포르는 자유로운 이민 정책을 추진하며 1만 싱가포르달러(약 806만 원)의 ‘아기 보너스’를 현금으로 지급한다. 이에 1.16명까지 하락했던 출산율이 상승하고 있다. 일본은 최신 기술을 활용해 퇴직자들을 다시 일터로 복귀시킨다. 반면 중국은 평균 은퇴연령이 55세로 낮은 편임에도 이를 높이는 데 반대가 극심하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출산 감소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국 사회를 연구해온 마틴 화이트 하버드대 교수는 “소득이 상승하면 가족의 크기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면서 “산아제한이 없더라도 중국의 경제 발전으로 출산율이 감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WSJ는 중국 대도시에서는 주민이 세계 여러 도시와 마찬가지로 양육비 부담에 자녀를 한 명 이상 낳는 데 주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