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불법·비리 의혹과 관련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양호 회장 중심의 ‘1인 지배체제’로는 총수 일가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2일 대한항공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는 작년 말 기준 지주사인 한진칼로 지분 29.96%를 보유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의 대한항공 지분을 단 0.01% 만 보유하고 있지만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지배회사) 지분 24.79%를 통해 대한항공을 지배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 일가→한진칼→대한항공으로 연결되는 지배구조로 인해 이같은 상황이 가능해진 것이다.
사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문어발식 복잡한 고리를 가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에 비하면 지극히 단순하다. 그러나 오너 중심의 비정상적인 경영체제의 문제점은 고스란히 갖고 있다.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1인 지배체제’가 오너가에 막강한 권력을 부여하며 주요 계열사를 오너 일가가 장악하는 폐단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 조 회장과 조 회장의 자녀들은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의 등기이사 사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조 회장은 한진칼을 비롯해 대한항공, ㈜한진·정석기업 등 4개 대표이사를 비롯해 한진정보통신·한진관광 2곳에서도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물벼락 갑질’로 임원직에서 물러난 조현민 전무의 경우 대한항공, 한진칼, 진에어 등 무려 7개 계열사의 임원을 맡았었다. 조원태 사장도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대표이사 사장이다.
조 회장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맡아야 하는 사외이사도 자신의 막강한 권력을 이용, 사적 친분이 있는 인사들로만 채우는 모습을 보였다.
대한항공 사외이사 중 안용석 변호사와 임채민 전(前) 보건복지부 장관(현 광장 고문)은 조 회장의 매형인 이태희 전 서울지법 판사가 설립한 법무법인 광장 소속이며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는 조 회장의 경복고등학교 후배인 김종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이 사외이사로 있다. 문제는 실제 이들 사외 이사들이 주요 의결사항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총수 일가가 전횡을 일삼아도 견제와 감시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직원들까지 직접 나서게 됐다. ‘물벼락 갑질’로 촉발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불법 의혹들에 대해 직원들이 단체 채팅 방을 만들어 내부고발 창구를 만든 것이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오는 4일 서울 도심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