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예고했다. 정부는 대응방안을 고심 중이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 법이나 제도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국제 중재를 통해 손해를 배상받는 제도다.
법무부는 엘리엇이 지난달 13일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중재의향서를 검토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중재의향서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하기 전 상대 정부와 마지막 조정을 거치는 단계다. 법무부 관계자는 "종전의 판례나 절차, 국가 의무조항 등을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엘리엇은 전날 언론사를 상대로 한 발표문에서 "박근혜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국민연금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박을 가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2심 모두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우리 정부가 엘리엇 측 중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 법무부는 2012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중재 요청도 거부했다. 엘리엇은 중재의향서 제출 3개월 이후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다.
ISD는 3명으로 구성된 중재판정부에서 심리한다. 단심제다.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중재법을 적용한다.
법조계는 엘리엇 측 구체적인 주장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재중재 전문가인 임성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조약상 어떤 조항을 위반했는지를 봐야 한다"며 "정부가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뜬 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다만 ISD 절차가 시작되면 조항 위반 여부와 엘리엇 측이 피해를 입었는지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갑유 태평양 변호사는 "ISD에서는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정부가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읺았고, 정뷰 관여로 부당하게 손해를 입은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이 일종의 '협상 수단'으로 ISD 카드로 꺼내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만수르' 회사 하노칼은 2016년 우리 정부를 상대로 ISD 소송을 냈으나 취하한 바 있다. 엘리엇 역시 정부와 협상할 때 ISD를 카드로 쓰고, 승산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 제소하지 않을 수 있다.
재판은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2012년 시작된 론스타와의 ISD 소송도 6년째 진행 중이다. 2016년 6월 최종 변론이 열렸으나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