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대북사업 재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4·27 남북정회상담을 계기로 남북 경제협력(경협) 재개 가능성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특히 현대그룹은 현대아산이 지난 2000년 확보한 7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현대아산이 보유한 독점적 사업권과 관련, 향후 사업 재개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현대그룹은 8일 남북경협 재개에 대비해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TFT’를 본격 가동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현대아산 차원에서 소규모 TF가 만들어져 대북사업 재개를 위한 준비를 해온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그룹 차원에서 경협 준비를 위한 조직이 발족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대북 사업 재개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또한 대북사업에 대한 현대그룹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대그룹이 기대하는 것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개발사업권과 7개 SOC 사업권 사업권이다.
그 중에서도 철도, 통신, 전력 등 핵심적인 사회 인프라를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는 7개 SOC 사업권에 대한 기대는 현대그룹에만 국한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막상 현대아산이 이 사업권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크다.
현대아산이 7개 SOC 사업권을 얻은 것은 2000년 8월으로 현대그룹은 이 사업권을 기반으로 2002년부터 2008년 까지 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공사의 북측구간에 대한 자재와 장비를 공급하는 등 건설 인프라 분야에 참여했으나 이후 10여 년 동안에는 사업 진행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현대아산의 사업권이 유효한지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한반도 통합철도망 사업 구상 과정에서 현대아산이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같은 의혹을 가중시킨다.
그러나 현대그룹 측은 이와 관련, "정부가 발표한 ‘한반도 통합철도망 마스트플랜’과 현대그룹이 북측과 맺은 철도 관련 SOC는 별개의 영역"이라며 "현대는 북측의 구간에서 독점권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 경협 사업이 본격화 되면 북측과 사업의 실행과 관련해 협의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도 현대아산이 독적점 사업권을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현대아산이 북한과 사업권을 맺을 당시 철도 부분과 관련해 포괄적 합의를 약속하는 등 해석에 따라 현대아산이 영위할 수 있는 사업영역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대그룹이 사업권을 확보했을 당시와 현재 그룹 규모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도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등 SOC를 담당할 계열사가 없는 것이다. ‘대북사업’이라는 큰 그림을 위해 범현대가가 협력에 나설 수 있으나 현대아산 증자시 현대차그룹 중공업 등 모두 불참하는 등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이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현재 규모와 SOC사업의 시행여부와의 연관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 "현대아산은 기존의 금강산·개성관광과 개성공단 개발에 전담기업이었지만 현지에 사업파트너들을 적극 참여 유도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관광 사업과 운영 등에는 모두투어, 하나투어, 대화관광, 백세주마을, 농협, 관광공사 등이 민간기업과 공기업 등 다양한 기업들이, 금강산 아난티골프장 건설과 운영에는 에머슨퍼시픽이 참여했다"면서 "향후 경협사업이 본격화 될 때 북측과 맺은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현대그룹은 가장 적합한 기업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어 어려움은 없을 것"아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