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업력의 중견 건축사무소 범건축이 회생 조기종결을 추진한다. 일반적으로 회생 종결 후에도 장기간 채무 변제를 지속하는 것과 달리 범건축은 일시에 채무 변제까지 앞두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8일 서울회생법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범건축종합건축사무소는 지난달 30일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을 받고 곧바로 종결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상거래 채권의 출자전환 후 소각과 신주 발행, 경영진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등을 이달 내 진행하고 회생종결을 신청할 계획이다. 법원이 신청 내용을 검토하면 늦어도 6월 초순 종결 결정을 내리게 된다.
범건축이 회생 개시 결정을 받은 것은 지난해 7월 말이다. 주력 분야이던 공공부문 턴키(설계·시공·운영 일괄 수주) 프로젝트에서 설계업자는 발주자가 아닌 시공사에서 설계비를 받는데 시공사 파산으로 대금을 못 받은 경우가 몇 차례 반복되면서 갑작스레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이달 중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6월 초 종결 결정을 받으면 채 1년이 되지 않아 회생절차를 졸업한 셈이 된다. 인가 시점으로부터는 1개월 만이다. 적정 인수자를 찾아 인수·합병(M&A)에 성공한 것이 결정적인 ‘한 수’가 됐다.
범건축을 인수한 주체는 석재 시공전문회사 신풍석재와 개발 컨설팅 업체 키움엠앤디가 함께 조성한 에스앤케이파트너스 컨소시엄이다. 투자형 M&A로 범건축을 인수해 기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신규 자금을 투입하고 착수 가능한 프로젝트도 연결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범건축은 이번 M&A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유입될 자금 등을 통해 상거래채무를 회생종결 전 일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범건축은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가 진행 중인 주상복합단지 ‘패키지 5(Package 5)’의 마스터플랜 설계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통상 회생기업들이 관리 종결 후에도 수년에 걸쳐 채무를 계속 갚아나가는 것에 비하면 더욱 빠른 정상화가 가능한 셈이다. 실제 휴다임·공간건축·명승건축·무영건축 등의 동종 건축설계 업체들은 최근 회생절차를 종결하고도 아직 변제가 진행 중이다.
회생계획인가를 위한 관계인집회 당시 범건축의 변제율은 4.9%에 불과했지만 주채권은행인 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채권자들 다수가 해당 회생계획안에 찬성 의견을 표했다. 범건축 관계자는 “회사를 빠르게 정상화하기 위해 인력과 비용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실시하면서 채권자들의 신뢰를 얻었다”며 “이미 동훈 등 메이저 시행사와 대규모 프로젝트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