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신임 총괄대표로 선임된 이효율 풀무원 대표가 해외사업 진출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아직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의 해외법인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해외 진출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효율 대표는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해외에 한국식품산업의 위상을 빛내고 동남아와 유럽까지 진출하는 전략을 마련해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서 진출한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의 해외법인 실적이 풀무원의 성장세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풀무원의 주력 계열사인 풀무원식품은 미국(풀무원 U.S.A)과 중국(베이징·상하이포미다식품유한공사), 일본(아사히코)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풀무원식품의 해외시장 진출은 1991년 미국 법인을 시작으로 2010년 중국법인, 2014년 일본 법인 인수 등 30여 년간 진행돼 왔다. 풀무원의 오너이자 작년까지 풀무원을 이끈 남승우 전 대표의 오랜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풀무원식품은 해외사업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이들 4개 해외법인이 기록한 순손실만 376억 원이다. 매년 매출이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영업망 약화, 공장 이전 등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실적으로 보더라도 미국법인은 2013년 매출이 1156억 원에서 작년 1719억 원으로 성장한 데 비해 5년간 순손실이 지속돼 누적 적자만 1270억 원에 달한다.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 2개 해외법인 역시 각각 매출이 42억 원 → 169억 원, 15억 원 → 41억 원으로 늘었지만 5년 누적 224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해외법인의 누적 손실로 재무상태가 악화하면서 모회사인 풀무원식품과 지주회사 풀무원의 자금 수혈 부담도 커지고 있다. 풀무원은 최근 풀무원식품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유상증자에 60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마련된 자금 대부분은 해외법인에 출자될 예정이다. 일본 아사히코에는 총 387억 원, 미국 풀무원 U.S.A의 자회사 나소야푸드에는 210억 원의 유상증자를 한다. 풀무원식품은 각각 지분율에 따라 두 회사에 440억 원가량을 출자하게 된다.
풀무원은 앞서 2015년 8월에도 풀무원식품에 대한 700억 원 규모의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 방식으로 자금을 수혈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기업가치가 1145억 원에 달하는 식자재 계열사 푸드머스 지분 전량을 풀무원식품에 현물출자하기도 했다. 해외법인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풀무원식품은 2015년 기업공개(IPO)를 중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