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제19대 대선에서 승리했고, 그가 비서실장으로 있던 청와대의 주인 자리를 차지했다. 다만 득표율이 41%에 그쳤다. 아마도 그것이 심리적으로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그가 취임한 이후 나라 안팎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촛불혁명’을 강조한 게 이와 무관치 않았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는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 첫걸음으로 과감한 지시를 쏟아냈다. 돌아보면 거칠 것 없는 질주의 1년이었다. 그러나 ‘혁명 대통령’이라는 의식은 ‘업적 강박증’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그런 심리상태는 ‘독선’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된다. 독선은 독단과 독주를 낳는다.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특히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후유증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히려 청년 일자리를 줄이고, 소상공업을 존립의 한계로 내몬다는 불만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 인사의 졸속성에 대한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정부의 폐쇄형 인사 행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집요하게 비판했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았지만 끼리끼리의 인사 관행은 개선되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악화한 측면을 노출하기까지 했다. 조각 과정에서부터 부적격자로 판정돼 낙마하는 사태가 이어졌지만, 청와대 인사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파문이다. 청와대는 무리하게 인선을 하고, 잘못을 인정하기 거부하는 태도를 보였다. 독선의 전형적 양태라고 하겠다. 이른바 ‘드루킹 댓글 의혹 사건’도 정부의 정직성 정당성 준법성에 대한 의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처럼 부정적 측면들이 부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지지율은 천정부지(天井不知)다. 한국갤럽의 5월 첫째 주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은 83%에 이르렀다. 집권 1년이 되었는데 이처럼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 예는 일찍이 없었다. 물론 4·27 남북정상회담의 효과이지만 그 이전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지키고 있었다. 그의 대중 친화적인 말과 행동이 국민의 친근감을 유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다시 아르헨티나의 정치학자 기예르모 오도넬(1936~2011)의 경구(警句)를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은 그들(대통령들)이 신의 섭리로 탄생한 인물처럼 추앙받다가도, 내일은 마치 무너져버린 신상들처럼 저주를 받는다.”(‘내각제와 대통령제’, 린쯔·바렌주엘라 지음, 신명순·조정관 역).
지지율이 높을수록 더 신중하고 노련해야 한다. 이제는 혁명이 아니라 정치를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북한 핵문제가 문 대통령의 구상과 기대대로 풀리면 아마도 국민의 신뢰는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 분위기는 낙관만 할 상황이 아닌 듯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남북문제 하나만 잘되면 다른 것 다 깽판 쳐도 된다”고 했지만 그건 정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도박하는 방식이다.
하나에 ‘올인’하는 강박증의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과 함께 걸으며 그들의 고민을 듣고 앞장서 해결하는 배려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