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칸 등 대주주들과 손잡고 현 CEO 축출하기로…새 이사회 구성
미국 제조업 아이콘인 제록스가 일본 후지필름과의 합병 계획을 파기하기로 했다. 칼 아이칸과 다윈 디슨 등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또 다른 승리를 거두게 됐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록스는 이날 성명에서 아이칸과 디슨 등 대주주 두명과 새로운 계약에 합의했다며 후지필름과의 합병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제록스는 “후지필름이 자신들이 통제하는 합작사인 후지제록스에 대해 감사를 거친 재무제표를 지난달 15일까지 제공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이에 합병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또 제록스는 후지필름에 자사를 매각하는 것을 반대해왔던 아이칸, 디슨 등 주주 행동주의 진영과 화해하면서 제프 제이컵슨 현 최고경영자(CEO)를 축출하기로 하고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아이칸과 디슨 등은 수개월에 걸친 의결권 전쟁 끝에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 이들은 제록스 가치가 저평가됐다며 아예 합병을 무산시키고 이사회 전원을 교체하려 했다.
앞서 후지필름은 지난 1월 제록스를 61억 달러(약 6조5020억 원)에 인수해 후지제록스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하기로 했으나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반란에 무산된 것이다.
이날 합의에 따라 제록스의 현 이사회 전원이 물러나고 6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이사들이 선임된다. 새 이사회 의장은 아이칸엔터프라이즈의 케이스 코자 CEO로 내정됐으며 존 비센틴이 신임 CEO로 임명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