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도 신성장동력 산업 포함돼야” 역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금융투자업계도 신성장동력 산업에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금융투자업계가 신기술 개발을 하는 혁신 기업을 지원하는 서포터 역할과 함께 스스로 혁신을 창조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 회장은 14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 확대는 국가 정책과제이며 사회적 요구이기도 하다”면서 “혁신성장 촉진을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 강화에 대해서 국가 정책과제의 우선순위 격상에 대한 기대가 있다”라고 말했다. 즉 금융투자업이 국가 신성장동력산업으로 편입돼 국가적 지원과 관심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모험자본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협회가 나름의 기준을 세워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투자업계가 혁신기업의 성장을 위해 20조 원 규모의 모험자본을 공급했다”고 말했다. 이는 의료, 화학, 정보통신업 등 한국표준산업분류상 혁신성을 가진 업종에 공급된 IPO(기업공개), 유상증자, 회사채 인수, PI(자기자본 투자), 자산운용사 펀드 중 벤처기업 신주 취득 및 하이일드펀드( 고수익·고위험 채권형펀드) 자금을 포함한 금액이다.
그는 “공정거래법상 55개 기업집단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기업으로 범위를 좁혀도 금투업계가 조달한 혁신 모험자본은 14조5000억 원 규모”라고 소개했다. 종합투자회사(종투사)의 기업신용공여확대, 코스닥벤처펀드 등 새로운 정책의 뒷받침에 금융투자회사의 노력이 더해지면 앞으로 금투업계의 모험자본 공급 규모는 더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판 '잡스법(JOBS ACT)'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권 회장은 “미국의 잡스법은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한국판 잡스법의 도입을 연구·검토해서 금융당국에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잡스법은 미국이 신생기업 지원을 위해 2012년 4월 제정한 법으로, 연 매출 10억 달러 미만 기업들에 대기업에 적용되는 회계 공시 기준을 면제해주고 IPO 절차와 규제를 대폭 간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날 간담회는 취임 100일을 맞아 권 회장이 자청해서 열렸다. 언론 대응에 적극적이었던 황영기 전 금투협회장도 출입기자들과 티타임하는 것으로 취임 100일 행사를 대신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만큼 권 회장이 단순히 서포트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자본시장에서의 금투협의 존재감과 역할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권 회장은 취임 100일 동안의 소회와 함께 주요 성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 100일을 돌아보니 정신없이 바쁘고 굉장히 역동적인 자리였다”면서 “그간 금융투자업과 관련된 주요 법안 5개가 통과되거나 발의가 되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 신용공여 확대를 위한 '자본시장법'과 '담보부사채신탁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근로자의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법' 개정안과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발의안도 현재 검토되고 있다.
권 회장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을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주식을 직접 투자하거나 해외펀드로 투자했을 경우, 동일한 투자행위임에도 세율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며 “채권 투자에서도 직접투자와 펀드를 통하 투자 역시 적용되는 세제차이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상품간 조세 중립성이 훼손되는 측면도 있고 과세 체계가 복잡해 금융투자에 대한 과도한 조세부담 소지가 있다”면서 “협회는 개선안에 대한 기본 방향을 정리했으며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말 권 회장은 68.1% 득표율로 제4대 금투협회장에 당선됐다. 그는 취임과 함께 '역대 최다 득표율'과 '역대 최연소 협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얻었다. 권 회장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기술고시(21회)에 합격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년간 공직 생활을 했다. 이후 키움증권 모회사인 다우기술로 옮겨 2009년부터 지난 1월까지 키움증권을 이끌었다. 업계에서는 정보ㆍ기술(IT)에 능통한 금융전문가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금융환경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금융투자업계 IT전문가’라는 별칭답게 권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디지털 혁신에 대한 협회의 역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협회는 내부에 전담조직(디지털혁신팀) 설치해 회원사와의 소통과 긴밀한 협의(디지털혁신협의회, CEO회의)체를 구축했다. 또한 전문투자자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K-OTC Pro)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