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지고 재개발 뜨나

입력 2018-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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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각광---지분 가격 너무 올라 사업성 악화 우려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경기가 나빠도 장사가 잘 되는 곳은 항상 존재한다. 주택 분야도 마찬가지다.

요즘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고 ‘거래량 감소’ ‘가격 하락’ ‘미분양 속출’과 같은 우울한 얘기가 넘쳐난다. 식을 줄 모르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도 힘이 빠졌다. 거래가 줄고 가격도 떨어지는 양상이다. 강남이 그렇다면 다른 곳은 더 어려울 게 뻔하다.

이런 와중에 서울 주요 재개발 지역에는 느닷없는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위치가 좋은 곳은 매물이 동났다.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다. 명당자리로 불리는 한남 뉴타운 지분 가격은 3.3㎡당 1억 3000만 원대에 달한다. 한두 달 사이 7000만 원 가량 올랐다. 동작구 흑석·노량진 뉴타운도 투자 바람이 거세다. 연립·다세대 주택 지분 가격이 3.3㎡당 흑석 지구 9000만 원, 노량진 지구 7000만 원대다. 근래 들어 몇 천만 원씩 뛰었다. 투자 가치가 높다는 소문이 돌면서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형국이다.

무슨 연유일까. 정부 규제로 인한 재건축 시장 냉각이 주요 배경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으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 투자 가치가 떨어지자 재개발 부동산이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재개발 사업은 부담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서 그렇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부담금 때문에 활로가 막히자 재개발 지역을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투자 자금은 돈벌이가 될 만한 곳이면 어디든지 흘러간다. 특히 투자자들을 몰고 다니는 부동산 업자들은 유휴 자금을 그냥 두지 않는다. 어떤 빌미를 부쳐서라도 투자 상품을 들여댄다. 거래가 이뤄져야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자는 먼저 물건을 매집한 후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비싼 값에 이 되팔기도 한다. 분위기를 잔뜩 띄워놓고 미리 빠지는 수법이다. 그래서 이들은 불경기를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투자 기회로 여긴다. 싼값에 물건을 확보해 놓고 가격이 오를 때쯤 처분한다. 중개 수수료도 챙기고 시세 차익도 얻는 일거양득 전략이다. 재개발 지역의 투자 붐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듯싶다.

돈이 몰리면 가격은 오르기 마련이다. 재개발 지분 가격은 너무 올랐는지 모른다. 이런 상태라면 사업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대체적으로 재개발사업은 재건축보다 개발 이익이 적은 편이다. 그만큼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적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분가격이 너무 높으면 사업 자체가 어려워진다. 지분 가격 상승으로 조합원의 자산 가치가 높아지면 이득인 것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재개발 지역 전체 지분 평가액이 주변 시세보다 높아지면 문제가 생긴다. 건축되는 아파트 물량은 한정돼 있는데 조합원 몫이 커지면 그만큼 일반 분양 분이 줄어든다. 재개발사업도 조합원에게 공급하고 남는 아파트를 일반에 분양해 여기서 나오는 돈으로 공사비와 각종 비용을 충당하는 구조다. 분양 수익이 줄어 개발 비용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부족 분은 조합원이 부담해야 한다. 이른바 추가 분담금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해석하면 지분 가격이 오른다고 꼭 이득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추가 분담금이 과다해지면 조합원 반발이 심해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긴다. 더욱이 다세대주택과 같은 소규모 지분 조합원이 많을 경우 사업성은 확 떨어질 공산이 크다.

그런대로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성동구 성수동 재개발 지분 가격은 3.3㎡당 4000만~5000만 원대 수준이다. 대형 지분은 3000만 원대다. 이를 감안하면 한남· 노량진권 지분 가격은 너무 높게 형성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강하다. 다세대주택 등의 30㎡ 이하 작은 지분은 더욱 그렇다. 나중 추가로 내야 하는 분담금이 많아질 확률이 높고 실제 자산 평가에서 재조정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재개발사업은 재건축과 달리 사전에 사업성을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생길 변수가 많아 그만큼 투자 리스크도 따른다. 투자할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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