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분양권이 규제로 인해 거래되는 물량 자체가 극히 희귀해지며 그 가치가 높아져가고 있다. 규제 이후 공급 물량은 크게 줄었지만, 까다로운 청약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아도 알짜 지역의 새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은 그대로기 때문에 수요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5월 서울 내에서 거래된 아파트 분양권의 거래량은 99건으로 집계됐다. 남은 5월 마지막주 동안 거래를 감안한다 할지라도 지난해 5월 한달간 거래량인 1513건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거래량이다. 이처럼 서울 분양권 시장의 거래량이 극도로 줄어든 까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발표된 ‘6·19 부동산대책’과 ‘8·2 부동산대책’으로 당국이 서울 내에서 입주시점 전까지 아파트 분양권 거래 자체를 제한한 영향이다.
이같은 환경에서 희소가치가 매우 높아지게 된 서울 분양권은 일부 알짜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한 가격 상승 양상이 관측되고 있다.
강동구에서 주목받는 시장인 고덕지구가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고덕지구의 신축 아파트 중 현재시점에서 유일하게 분양권 거래가 가능한 ‘고덕 그라시움’의 경우 올해 1월엔 6억원대에도 거래되던 전용 59㎡ 분양권이 4월엔 석달만에 2억원 가량 오른 8억원 대 중후반의 시세로 거래되고 있다.
전통의 부촌이지만 신축 아파트가 귀한 목동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분양권 전매제한이 해제된 ‘목동 롯데캐슬마에스트로’의 전용 59㎡ 분양권은 작년 한해 내내 줄곧 5억원 대 안팎이던 시세가 최근의 갑작스런 급등세를 보이며 지난 4월엔 7억2000만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밖에 입지가 우수한 뉴타운에서도 분양권 시세는 두드러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에 위치한 ‘신길 뉴타운 아이파크’는 최근 소형 평수가 올해 들어 넉달간 1억원 가까이 올라 처음으로 6억원 중반에 거래되고, 동작구 흑석뉴타운의 ‘아크로 리버하임’은 지난해 동안 10억을 겨우 넘겼던 전용 84㎡ 분양권이 최근엔 13억 턱밑까지 상승했다.
아파트 분양권이 다른 주택상품에 비해 갖는 우위는 해당 지역의 신축 아파트를 까다로운 청약조건 없이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8·2 부동산 대책에서 전역이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된 서울에서는 전용 85㎡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는 100%를 청약 가점제를 통해 분양하기 때문에, 가점이 낮은 청약자들은 신규 청약을 받기보다 분양권을 구매하는 편이 신규 주택 구매에 유리하다.
다만 현재의 시장 안정을 추구하는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상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목적의 접근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실거주 목적의 분양권 매입이라면 현재 올라간 분양권 가격을 감내할 수만 있다면 최근의 신축 아파트 선호 경향 등으로 인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며 “다만 투자 목적의 분양권 거래라면 조정지역에서는 양도소득세가 50%가 적용돼 세금부담이 매우 커졌기 때문에 현 시점에선 분양권 거래를 통한 차익 실현은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