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억 원대 뇌물수수 및 350억 원대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첫 공판에 출석해 이건희(76) 삼성전자 회장 사면의 대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충격적이고 모욕적"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2시 417호 대법정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직접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으며 검찰 측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비통한 심정이라며 말문을 뗀 이 전 대통령은 "기업에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 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인들과 수없이 회의했어도 개별 사안을 가지고 단독으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야당 시절 서울시장으로서 청계천을 복원할 때 대기업 건설회사가 수없이 많이 참여했고 퇴임 후 몇 차례 감사원 감사와 오랫동안 검찰 수사가 이뤄졌지만 불법적인 것 드러난 적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2롯데월드도 이렇게 시끄러웠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이 회장의 대가성 사면 의혹과 관련해 "평창 올림픽 유치에 세 번째 도전하기로 결정한 후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강력히 요구받았다"며 "정치적 위험이 있었지만 국익을 위해 삼성 회장이 아닌 IOC 위원의 사면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번 재판의 절차나 결과가 대한민국 사법의 공정성을 국민과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1994년 1월~2006년 3월까지 다스에 분식회계를 저질러 총 339억 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경리직원 조모 씨가 빼돌린 회삿돈 120억 원을 몰래 회수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31억 원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다스의 BBK 투자금 140억 원 반환 소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다스의 소송 비용 585만 달러(약 67억700만 원)를 삼성그룹에 대신 내달라고 요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과 대통령 재직 시절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성동조선해양(22억5000만 원) △대보그룹(5억 원) △ABC상사(2억 원) △김소남 전 의원(4억 원) △지광 스님(3억 원) 등에게 공직 임명이나 사업 지원 등을 명목으로 뇌물을 건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