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77) 전 대통령이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직 대통령이 법률적 부분을 고려해 결정한 게 맞느냐"며 재판에 출석할 것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는 28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25일 "증거조사 기일에는 건강상태를 고려해 불출석하겠다"며 사유서를 작성해 구치소에 제출했다. 이에 재판부는 출석 요구서를 보냈으나 이 전 대통령이 응하지 않았다.
강훈(64ㆍ사법연수원 14기) 변호사는 "혈당수치가 굉장히 안 좋으며 첫 재판 후 저녁 식사도 못했고 잠도 못 주무셨다"면서 "증거조사기일은 증거 내용을 검사나 변호인이 설명하는 자리인데 피고인 출석이 필요한 것인가 의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구속된 피고인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교도관에 의한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만 불출석 사유가 인정된다"며 "이 전 대통령 건강을 고려해 재판을 하겠다고 했는데 불출석하겠다고 하면 일단 출석을 하고 퇴정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직 대통령을 지내셨던 분이 법률적 부분을 고려해 결정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다시 불출석 사유서를 내면 출정 거부로 판단하고 형사 소송 규칙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며 "교도관에 의해 인치하고, 불가능하면 궐석재판으로 재판을 진행 할 것"이라고 결정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3차 공판은 3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23일 첫 공판에서 준비해 온 의견서를 12분 동안 읽으며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충격적이고 모욕적"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1994년 1월~2006년 3월까지 다스에 분식회계를 저질러 총 339억 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경리직원 조모 씨가 빼돌린 회삿돈 120억 원을 몰래 회수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31억 원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다스의 BBK 투자금 140억 원 반환 소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다스의 소송 비용 585만 달러(약 67억700만 원)를 삼성그룹에 대신 내달라고 요구했다.
또 서울시장과 대통령 재직 시절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성동조선해양(22억5000만 원) △대보그룹(5억 원) △ABC상사(2억 원) △김소남 전 의원(4억 원) △지광 스님(3억 원) 등에게 공직 임명이나 사업 지원 등을 명목으로 뇌물을 건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