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77) 부영그룹 회장이 매제인 이남형 전 부영그룹 고문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120억 원의 거금을 건넨 것과 관련해 "공로에 따른 특별상여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이순형 부장판사)는 28일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부영주택, 동광 주택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이남형 전 고문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거액을 건넨 것과 관련해 회사 내부의 변호인과 회계사의 자문 의견을 보면 '퇴직금 사유가 불명확하고 업무상 배임에 따른 형사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고 짚었다. 또 "퇴직금 지급 관련 회계처리를 보면 명목은 퇴직금인데 실질은 이 전 고문에게 선고된 120억 벌금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며 "우선 퇴직급여로 처리한 후 회사손실로 바꾸는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과정을 이 회장이 직접 확인하고 승인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 전 고문이 부영그룹 계열사인 광영토건을 퇴직하면서 퇴직금을 받았다는 내용에 이중근 회장이 확인 후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통상 퇴직금 지급은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 없는데 이 전 고문이 받은 돈은 임시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들의 만장일치로 지급이 결정된 것"이라며 "퇴직금 명목이 아닌 특별상여금이라고 볼 수 있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주총 의결서를 보면 지급 사유에도 괄목할 만한 성장 이루어내고 사세 확장에 기여했다고 기재돼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변호인은 "지급 명목은 퇴직금이 아니라 특별상여금인데 퇴직금을 산정하고 검토하는 퇴직금 지급 절차를 거친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04년 이 전 고문과 함께 비자금 조성과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집행유예와 벌금 100억 원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은 벌금을 회사자금으로 대납한 혐의와 이 전 고문에게 고액의 퇴직금을 지급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환자복 수의 차림으로 공판에 출석한 이 회장은 법원에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해달라며 보석 청구서를 제출했다. 보석은 보증금을 내는 조건으로 석방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