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관련 ABCP투자 5개 증권사 2분기 중 손실처리 불가피”
중국 에너지기업의 자회사의 부도 여파가 국내 일부 증권사의 2분기 손실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 5곳이 중국 에너지 기업의 역외자회사의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100억~500억 원 가량을 투자했는 데, 해당 어음이 당장 2분기 실적에 손실 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30일 한국기업평가는 “중국 에너지기업인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보증 발행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ABCP 관련 적기상환능력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특수목적회사(SPC)인 금정제십이차는 CERCG가 보증하고 CERCG캐피털이 발행한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달러화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ABCP를 지난 8일 발행했다.
문제는 지난 28일 CERCG이 또다른 역외 자회사인 CERCG오버시즈캐피털이 발행하고 자사가 지급 보증한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채권 원리금 상환에 실패했다고 홍콩거래소에 공시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에 나이스신용평가는 금정제십이치가 발행한 해당 ABCP의 신용등급을 기존 ‘A2’에서 ‘C’로 하향 조정했다.
ABCP 발행 규모는 1646억 원인데, 현재 현대차투자증권이 500억 원, BNK투자증권이 200억 원을 투자했다. KB증권의 투자 규모는 200억 원, 유안타증권은 150억 원, 신영증권 100억 원이다.
한기평은 “SPC의 자산관리자인 한화투자증권이 CERCG와 협의를 통해 회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일부 회수 가능성은 있지만 투자한 증권사들은 2분기 중 상당 규모의 손실처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투자증권과 BNK투자증권의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600억 원을 투자해 100억 원어치를 판매했다. 남은 500억원 규모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85%에 달해 올해 큰 폭의 실적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한기평은 전망했다. BNK투자증권의 투자 규모(200억 원)는 올 3월 말 자기자본 대비 4.8%에 달한다. 1분기 순이익이 62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ABCP로 인한 손실액이 올해 연간 순이익과 맞먹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과 유안타증권, 신영증권의 경우 손실은 발생할 것으로 보이나 투자금이 자본이나 순이익 대비 크지 않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한기평은 전망했다.
한기평은 “이번 ABCP 투자 관련 증권사별 손실 발생 규모, 회수 수준, 기관별 ABCP 매매계약과 리테일 판매 관련 책임 수준 등을 모니터링해 각 증권사의 신용도에 반영할 계획”고 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