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 EU 집행위원장 “무역 역사상 가장 나쁜 날…EU 이익 지켜낼 것”…G7 정상회담 앞두고 서구 동맹 관계에 균열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EU, 멕시코, 캐나다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 위협에 대응해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이에 따라 1일부터 해당 국가들에 관세 부과가 발효된다. 캐나다, 멕시코와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에 대해 로스 장관은 “재협상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협상은 진전은 이뤘지만, 면제에 도달하진 못했다”며 “우리는 계속해서 당사국들과 더 많은 논의를 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한 지 얼마 안 돼 EU를 상대로 관세 부과까지 발표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최악으로 악화하고 있다. 더군다나 오는 8~9일 캐나다에서는 미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관세 부과가 발표돼 미국과 동맹국 간 날 선 무역 갈등 상황이 더 뚜렷해졌다.
EU와 캐나다, 멕시코는 로스 장관의 발표에 즉각적으로 보복 조치를 천명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세계 무역 역사에서 가장 나쁜 날”이라며 “우리는 이 같은 결과를 비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것은 단순한 보호무역주의”라며 “우리는 국제 무역법을 엄격히 준수하면서도 EU의 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U는 오는 20일부터 28억 유로(약 3조5379억4000만 원)에 달하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발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일에는 미국의 제재에 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요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는 다음 달 1일부터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캐나다가 취한 가장 강력한 보복 조치”라며 “이것은 미국의 매우 나쁜 결정에 대한 캐나다의 반응이다”라고 말했다. 또 보복 관세는 미국 측이 조치를 철회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멕시코 경제부도 “미국산 철강 제품을 포함해 딸기, 포도, 사과, 돼지고기, 치즈 제품을 대상으로 멕시코가 피해를 본 수준과 비슷한 정도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미국이 관세 부과를 철회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나타냈다. 그는 “150년 동안 캐나다는 미국의 가장 견고한 동맹국이었다”며 “노르망디 해변에서부터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함께 싸웠고, 함께 목숨을 바쳤다”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됐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피터슨국제연구소의 차드 보운 선임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한 것은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알리미늄 제품 규모를 볼 때 큰 타격을 주지 않는 조치”라며 “반면 EU에 가한 조치는 경제뿐 아니라 군사 동맹국을 공격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미국이 관세 폭탄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증시는 요동쳤다.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1.02% 하락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0.69%, 0.27% 떨어졌다. 범유럽증시 벤치마크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0.63%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