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업계 “종량세→종가제 주세법 개정해야 공정경쟁 가능”…담배업계는 전자담배 경고그림 결정에 “세계적 흐름과 엇박자” 대립각
술과 담배 시장을 둘러싸고 유통업계와 정부가 잇달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수제 맥주, 전자 담배 등 기존 시장에 뛰어든 후발업체들이 정부의 규제 정책에 공공연하게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지난달 31일 전국 출시를 발표하는 간담회에서 현재 시행 중인 주세법을 문제 삼았다.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는 “수입맥주에 유리한 주세 구조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수입 맥주에 대비해 공평한 주세법이 만들어진다면 국내에서 생산된 크래프트 맥주도 수입 맥주와 비슷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가 언급한 ‘공평한 주세법’은 기존 주세법을 종량세에서 종가세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종가세는 출고된 완제품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데 비해 선진국이 주로 채택하는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매긴다. 이러다 보니 수입 주류와 국산 주류의 공급 가격 차이가 더 벌어져 국산 업체들이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4월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슈퍼마켓,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도 수제 맥주 판매가 허용되면서 수제 맥주의 규제 족쇄가 풀렸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실질적 차원의 주세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3일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 출시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담배 규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 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작심한듯 “(정부가) 규제 측면에서 아직도 담배를 끊게 하는 쪽으로만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 해외 선진국들이 (궐련형 전자담배로 유도하는) 위해성 감소 정책을 펴는데 국내의 경우 이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발언은 국내 보건당국이 전자담배에도 암 유발을 상징하는 경고 그림을 부착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국내외 연구 결과에서 각종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자 이를 반영해 12월 23일부터 현재 ‘흑백 주사기’로 돼 있는 전자담배의 경고 그림을 제품 특성에 맞게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KT&G, 한국필립모리스, JTI코리아, BAT코리아 등이 가입된 한국담배협회는 “비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비합리적 정책 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기호, 건강과 관계가 깊은 상품 특성상 소비자들도 이번 술·담배를 둘러싼 갈등에 관심이 높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주세제도 개편 청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온 지 일주일 만에 1300명이 넘게 동의한 상태다. 7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궐련형 전자담배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담배협회가 식약처의 유해성 검사 결과 발표 이후 경고 그림 도입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식약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