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전 마지막 토요일이자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9일 저녁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부산을 찾아 “부산까지 무너지면 한국당이 설 자리가 없다”며 큰절을 했다. 그러나 “잘못했다. 용서해달라”는 홍 후보에 대해 부산의 민심은 대체로 "늦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1995년 지방선거 이후 23년간 보수정당이 시장 자리를 지킨 부산이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기존 분위기와 다른 심상찮은 기운이 감돌았다.
부산 광복동 패션의 거리에서 홍 후보의 ‘사죄유세’를 지켜본 한 60대 시민은 “이미 늦었다”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데 아직 1년밖에 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잘못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갈치 시장에서 만난 횟집 상인 김모(55세)씨은 “원래 보수를 지지했는데 홍준표 보기 싫어 민주당을 찍을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막말이 너무 심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표현한 것이 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씨에게 “홍 후보가 방금 큰절하며 ‘한번만 믿어달라’고 하더라”고 전하자 “이미 엎질러졌다. 부산 민심이 많이 변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부산 진구에 거주하는 노모(63세)씨는 “민주당 인물이 딱히 맘에 드는 것은 아니다. 서병수가 경력도 있고 박근혜 정부때도 잘해서 오거돈보다 잘할거다”면서도 “하지만 한국당이 너무하더라. 이번엔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견제와 균형이 필요해 한국당을 지지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산 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을 하는 김모씨는 “한국당이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견제가 필요하다”며 “인물은 민주당을, 비례는 한국당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부산 지하철에서 만난 이모(78세)씨도 “대구도 간당간당하다는데 여당이 독주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균형을 위해 야당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변화의 분위기는 경남에서도 감지됐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는 이날 오후 양산시 서창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악수를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튀김집 상인과 김 후보가 악수를 나누자 뒷 편에서 “실물이 더 잘생겼다”, “김경수 화이팅”이란 말이 쏟아졌다.
서창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40대 상인은 김 후보를 “믿고 찍을 것”이라고 했다. 이유를 묻자 “경남 경제가 심각한데 경제를 살릴려면 집권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김경수는 친문이지 않냐”고 답했다. “‘드루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는 “잘은 모르겠지만, 김경수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양말을 판매하는 70대 상인은 “드루킹때문에 김경수에 관심이 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까지 보수가 살려온 동네인데 바꾼다고 바뀌겠나. 그동안 (한국당을) 찍던대로 김태호를 찍겠다”고 했다.
인물과 당이 아닌 공약을 보고 뽑겠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국밥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상인은 “국밥집을 20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IMF(국제통화기금)때보다 좋지 않은 걸 실감한다”면서 “인물과 당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약을 제대로 보고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자영업자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게 운영에 손해되지 않은 공약을 잘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PK(부산·울산·경남)지역의 20~30대 젊은층들은 이번 선거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은연히 여당의 손을 들어줬다. 울산 방향 버스에서 만난 창원에 있는 대학교를 다닌다는 김우현(21세)씨는 “정치에 딱히 관심이 없다”면서도 “문재인이 잘하고 있다고는 생각한다. 친구들도 그런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씨 옆에 있던 울산에 있는 대학교를 다닌다는 이보현(22세)씨도 “선거는 잘 모르지만, 대부분 그런것 같다”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