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등을 폭행한 혐의로 ‘갑질논란’을 불러일으켜 구속 위기에 처했던 한진그룹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이번엔 외국인 불법 고용 혐의로 출입국당국의 조사를 받는다.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11일 오전 10시 이 전 이사장을 출입국관리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다.
이 전 이사장은 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필리핀인 10여명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일반연수생 비자(D-4)로 입국시킨 뒤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외국인은 재외동포(F-4), 결혼이민자 비자(F-6)를 갖춰야 국내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할 수 있으며 이 같은 자격이 없는 사람을 고용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벌금형을 받는다.
이민특수조사대는 이 전 이사장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고용이 불법인 사실을 알았는지, 불법 고용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앞서 소환조사를 받은 조 전 부사장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이들을 국내에 입국시키는데 관여한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입국당국은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해 대한항공 직원 등 관계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이민특수조사대는 이날까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지시선을 확인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한편 이 전 이사장은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 피해자 11명에게 24차례 폭언, 폭행 등을 한 혐의로 구속위기에 놓였으나 지난 4일 법원의 기각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법원은 "피해자들과 합의한 시점과 경위, 내용 등에 비춰 이 전 이사장이 합의를 통해 범죄 사실에 관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다"며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도망의 염려가 없다"고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구속 위기를 피했던 이 전 이사장은 일주일 만에 다른 혐의로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