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한 나라의 말 안에도 방언을 비롯한 변종(變種)이 있어서 국민 간의 의사소통에 불편이 생기고, 한 국가로서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하여 모든 국민이 지키고 따르도록 정한 말이 있다. 바로 표준어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표준어를 사용하는 데도 소통은 되지 않고 한 국가로서 통일성을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될 만한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단체든 개인이든 각자 자기 말만 하다 보니 그렇게 소통이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표준어 사정(査定) 원칙 제2장 ‘발음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의 제4절 제25항 ‘단수 표준어’는 “의미가 똑같은 형태가 몇 가지 있을 경우, 그중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널리 쓰이면 그 단어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사정 원칙을 밝히고 있다. 어원에 비추어 봤을 때 비록 갑이 바른 말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 갑을 무시하고 을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원칙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안절부절못하다’라는 말이다. 국어사전은 ‘안절부절’을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이라고 풀이하면서도 안절부절하는 상황을 표현하는 말로는 ‘안절부절못하다’를 표준어로 제시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현재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안절부절못하다’를 표준어로 규정하였기 때문이다.
안절부절의 어원이 한자어 ‘안주부득(安住不得)’에 있다는 설이 있다. ‘편안 안’, ‘머무를 주’, ‘아니 불’, ‘얻을 득’, ‘편안한 머무름을 얻지 못함’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더욱이 ‘안절부절하다’가 표준어가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안절부절하다’는 말을 표준어로 알고 쓰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안절부절못하다’를 표준어로 정한 것은 지나치게 관대하고 성급한 사정 원칙이 아닐까? 선거철이면 넘쳐나는 ‘네거티브’성 거짓말도 많은 사람들이 널리 알고 있다는 이유로 진실로 둔갑할까봐 적잖이 염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