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멈춰 선지 1년 된 고리 1호기 가보니…발전기·원자로 출력 ‘0’

입력 2018-06-1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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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보 ‘해체시설격리 기술’ 개발 완료 단계…원전 폐로 시장 진출 한 걸음씩 전진

▲지난해 6월 19일 0시 영구정지에 들어간 고리 1호기.

영구 정지(2017년6월19일0시) 1년쯤을 맞아, 이달 7일 한국수력원자력의 고리 1호를 다시 찾았다. 지난해 영구 정지를 앞두고 고리 1호기 터빈실에 들어섰을 때 한수원 직원의 큰 소리 설명도 잘 안 들렸지만, 이번엔 보통 대화 정도의 목소리도 또렷하게 귀로 들어왔다. 박지태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 제1발전소장은 “터빈과 발전기가 돌아가지 않고, 환풍기 정도의 소리만 들려 조용한 편”이란 말로 정지된 고리 1호기의 상황을 설명했다.

고리 1호기 주제어실의 모습도 바뀌었다. 우선 6개 조로 돌아가던 주제어실은 이제 5개 조로 줄었고, 약 두 달 뒤부턴 1개 조 당 8명이던 인원을 5명으로 줄일 예정이다. 특히 주제어실 계기판에 있는 이상징후 표시등이 들어와 있었다. 주제어 시스템이 원전 출력 100%를 정상으로 인식하는데, 원전이 멈춰 있으니 당연히 이상징후 표시등이 켜져 있다는 설명이다. 직접 세어보니 빨간색 1개, 주황색 23개, 하얀색 97개의 등이 켜져 있었다. 1년 전 가동 당시 발전기 출력 610㎿, 원자로 출력 100%를 표시했던 전광판은 각각 ‘0’을 표시하고 있었다.

고리 1호기 내에 있는 습식 사용후핵연료 보관 장소의 빈 공간도 줄었다. 지난해 6월 19일 0시 가동을 멈춘 뒤 원자로에 있던 핵연료 121다발을 이곳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고리 1호기 운전 정지 후 원자로의 핵연료 121다발을 이곳 습식 저장소에 옮겨 총 485다발의 사용후핵연료를 보관·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전 해체를 위해 필요하지만 미확보했던 기술 개발도 진전되고 있다. 원전 해체를 위해선 58개 관련 기술이 필요한데 현재 우리나라는 17개 기술이 없는 상태다. 정하민 해체준비팀장은 “해체시설 설계변경 격리기술 개발이 완료 단계에 있다”며 “나머지 기술과 장비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수원은 최종해체계획도 꼼꼼히 세우고 있다. 2020년 6월 이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해 해체 승인을 받을 계획이며, 2025년 12월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 반출도 완료할 방침이다. 2022년 6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시설물을 철거한 뒤 2032년 12월까지 최종 단계인 부지복원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고리1호기 해체 종합설계용역도 올해 2월 착수했다. 이 용역을 통해 고리 1호기를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해체하겠단 복안이다.

딜로이트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60∼1980년대 건설한 원전의 사용기한이 다가옴에 따라 2020년대 이후 해체에 들어가는 원전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대 183기, 2030년대 216의 원전이 해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2015∼2029년 72조 원, 2030∼2049년 185조 원, 2050년 182조 원의 원전 해체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수원과 정부는 고리 1호기 성공적으로 해체한 뒤 이 경험을 토대로 세계 원전해체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고리 1호기에서 차로 약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신고리 5, 6호기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신고리 5, 6호기는 지난해 국민 공론화를 통해 건설을 재개가 결정됐다. 건설을 멈추고 공론화를 벌였던 당시 종합 공정률 28%에서 현재 34%의 공정률을 보였다. 한수원은 5호기 2022년 3월, 6호기 2023년 3월을 완공 목표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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