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콘텐츠 줄줄이 히트, 투자자 신뢰 강해져…넷플릭스 견제위해 미디어업계는 몸집키우기에 한창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의 전성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넷플릭스는 14일(현지시간) 주가가 전일 대비 3.4% 급등하면서 사상 최고치인 392.87달러로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주가 상승률이 104.66%에 달했다. 이는 S&P500 기업 중 의료기기업체 아비오메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주가 상승폭이다.
넷플릭스의 시가 총액은 약 1652억 달러(약 179조 원)로, 최근 월트디즈니(1580억 달러)를 제친데 이어 씨티그룹(1716억 달러)과 머크(1684억 달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넷플릭스는 ‘더 크라운’ ‘루머의 루머의 루머’ 등 줄줄이 히트작을 내는 한편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도 두 배로 늘리고 있다. 강력한 콘텐츠와 기술에 투자자들은 유례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넷플릭스는 1분기에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740만 명의 신규 가입자를 끌어모았고, 이를 통해 매출이 급격히 성장했다. 이번 주 초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넷플릭스의 투자등급을 ‘매수’로 유지하고 2022년까지 회사의 현금흐름이 긍정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또 넷플릭스의 12개월 목표주가를 390달러에서 490달러로 100달러 인상했다. 이는 넷플릭스에 대해 월가에서 가장 높은 목표치를 제시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이 46명의 애널리스트를 설문조사한 결과 넷플릭스의 평균 목표주가는 335.91달러로 응답자 절반 이상이 ‘매수’ 등급을 매겼다.
넷플릭스 전성시대는 미디어 산업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는 평가다. 미디어 업계는 현재 네트워크와 기술, 콘텐츠 사업을 통합해 몸집을 불리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기성 미디어인 TV가 넷플릭스 같은 신흥 미디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과 손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AT&T가 타임워너와 인수·합병(M&A)을 하고 컴캐스트와 디즈니가 21세기폭스를 두고 M&A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디즈니는 폭스와의 합병이 마무리되는 대로 올해 안에 디즈니와 픽사 영화만을 모아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와 정면 대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웰스 넷플릭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규모만을 좇는 것은 모든 미디어 기업에 맞는 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기업이 성장하진 않는다”며 “필요한 전략은 ‘향후 5~10년간 어떤 유형의 사업을 할 것인가’다”라고 말했다.
BTIG의 미디어 분석가 리치필드는 넷플릭스가 시장에서 성공한 원인에 대해 “역사상 미디어 산업 체스판을 가장 잘 구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사업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넷플릭스를 세계 1위 콘텐츠 스트리밍 업체로 키웠다. 헤이스팅스는 기성 미디어 기업처럼 유료TV사업자나 광고주들과 손잡는 대신 미개척지의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전이나 마니아 콘텐츠들을 사들이는 등 시장의 저변을 파고들었다.
넷플릭스의 독주를 언제까지나 장담할 수는 없다.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M&A를 통해 체질을 바꾸며 넷플릭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구글처럼 미디어 기업보다 막대한 자산과 소비자층을 가진 디지털 기업들은 미디어 부문에서 경쟁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쓰면서도 이런 지출을 감당해낼 체력이 있다.
넷플릭스가 무섭게 추격하는 공룡 기업들을 어떻게 따돌릴지가 관건이다. 헤이스팅스는 2016년 기고한 글에서 “자신의 능력을 믿고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면 ’영광에서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