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후 대부업체 중신용자 중심 고객군 재편…低신용자 제도권 대출 어려워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려…1·2금융권 진입 허용해 금리 다양화하고 대부중개업 구조 개선 수수료 축소해야
법정 최고금리가 24%로 내려간 지도 6개월가량 지났다. 금리 인하로 덕분에 고금리로 몸살을 앓아온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1조 원이 넘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동시에 낮아진 금리에 따라 일반금융에서 대출을 거부당하는 저신용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른 ‘풍선효과’로 불법 사금융이 더욱 활성화돼 오히려 서민들의 피해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고금리 인하는 불법사채 이용자 수 증가와 맞물려 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3월 최고금리가 34.9%에서 27.9%로 낮아질 당시 대부업 이용자는 18만 명 감소한 반면 불법사채 이용자 수는 33만 명 증가했다. 또한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지난해 고리사채 피해 건수는 1679건으로 1년 전 310건보다 50배 이상 급증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피해액도 같은 기간 76억 원에서 521억 원으로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최고금리를 인하할 경우 대부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위험한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불법 사금융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16년 대출잔액은 1년 전보다 2.86% 증가했는데, 이는 1년 전 증가세 12.88%보다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해당 자료는 NICE평가정보를 통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대부업체 이용자 정보와 대부업체의 재무적 정보를 결합한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이는 과거 최고금리 인하가 대부업 대출 규모를 확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부업체들의 대부잔액은 2010년 12월 7조5700억 원에서 2016년 14조4227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최고금리의 지속적인 인하는 대부업체가 규모의 경제를 도모토록 해 대부시장이 양극화되고, 이에 따라 대출 규모가 확대되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특히 분석 기간 대부업 이용고객 중 신용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 비중은 감소하고, 중신용자의 비중은 증가해 왔다. 저신용자의 경우 2011년 전체 고객의 84%를 차지했는데 이것이 2016년 70.7%로 13.3%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중신용자의 경우 같은 기간 16%에서 29.3%로 13.3% 증가했다. 신규 대출자 기준으로도 저신용자의 비중은 2011년 69.1%에서 2016년 54.8%로 14.3%포인트 감소한 반면, 중신용자는 같은 기간 31.8%에서 43.2%로 11.4%포인트 커졌다.
이를 두고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익성 보전을 위해 대부업체가 기존 저신용자 고객을 중신용자 고객으로 대체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대부대출 이용자의 제도권 대출 이용 여부를 분석한 결과 중신용자의 증가가 제도권 금융회사 이용자를 중심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았다”며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업체가 수익성 때문에 우량한 고객을 위주로 고객군을 재편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앞으로도 대부업체가 자금조달 비용이나 판관 비용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고객군을 변경하는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의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자금조달 비용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부업체가 자체적으로 비용을 줄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앞으로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대부업체들은 저신용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손비용을 절감하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이 현행 기준금리와 앞으로 추가적인 인하에 따른 저신용자의 제도권 금융 이탈 규모를 추정한 결과, 최고금리가 연 25%에서는 최소 9만 명 이상이 대부대출을 이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앞으로 정부의 목표에 따라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지면 대부대출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인원이 최소 65만 명이라고 이 연구위원은 예측했다.
이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는 저신용자의 대부대출 접근성 저하가 대부대출보다 열악한 불법 사금융으로 이어지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고금리 인하보다는 다양한 정책 수단 강구해야” = 이처럼 금리 인하가 금융 소비자들에게 이자부담 완화라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저신용자들이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인 영향도 끼칠 수 있는 만큼 정책 당국이 관련 정책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은 금융 시스템 내에서 대부업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낸 뒤에 최고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금리 인하 시 대부시장 규모가 중신용자 위주로 커지는 것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고금리 인하를 제외한 정책 도구들을 통해 금리스펙트럼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신용정보의 공유 및 제1·2금융권 자본의 진입 허용 등을 통해 업계 내 경쟁을 유도해 대부대출 금리를 다양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한 제1·2 금융권 회사의 자본참여, 회사채 발행 등 대부업체에도 제도권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을 허용해 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원가 비용 하락을 통해 자연스럽게 금리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금융회사들이 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줄일 유인이 사라진다는 논리다.
대부중개업 시장구조를 개선해 수수료 비용의 절감을 도모하고 과잉 대출을 방지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현재 대부중개시장은 상위 중개업체가 하위 중개업체에 대부중개를 위탁하는 등 복잡하게 얽힌 구조다. 이 구조에서는 소수 대부중개업자가 대부업체보다 큰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대형 중개업자가 소규모 대부업체에 고객 모집능력을 빌미로 과다한 수수료 청구하는 등 ‘갑질’을 하기 쉬운 구조다.
이 연구위원은 “1사 전속 중개업자제도 도입을 통해 대부중개시장의 복잡한 위수탁 구조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리 규제에서 다양한 방식을 도입할 필요도 제기된다. 대출 규모별로 차별화를 둔다든지, 대출 기간이나 회수를 제한하는 등 이미 유럽연합(EU), 영국 등의 주요국에서는 과도한 이자로부터 차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신용공여 상품별 특성에 맞춰 개별적으로 다르게 규제하거나, 같은 상품이라도 대출 규모, 기간, 차입자의 신용도별로 이자율 상한이나 대출 가능 금액에 차등을 두고 있다.
이자율 상한을 정할 때도 한국과 달리 시장금리의 일정 배수 또는 가산금리를 더하는 상대적 방식을 활용한다. 이 연구위원은 “앞으로 법정 최고금리를 설정할 때는 시장 여건을 감안해 상대적인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