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란 특정 유전자를 자른 뒤 재구성해 유전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기술로, 에이즈를 비롯해 각종 암, 혈우병 등 치료 방법이 없는 질병에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툴젠은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 카스나인(CRISPR Cas9)’ 기술을 보유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툴젠의 시가총액은 8000억 원에 육박, 코넥스 시총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뛰어난 기술 보유했지만… 벤처캐피털 수혈로 기사회생 = 툴젠은 2006년 1세대 유전자 가위 ‘징크핑거’, 2011년 2세대 유전자 가위 ‘탈렌’을 잇따라 내놓으며 기술력을 입증했지만, 10여 년 넘게 투자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적자 역시 10년 넘게 이어지면서 툴젠의 유전자 가위 기술은 사장 위기에 놓였었다.
하지만 2014년 LB인베스트먼트가 툴젠에 30억 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00억 원 등, 총 470억 원의 신규 자금을 수혈받는 데 성공했다. 툴젠은 이 자금으로 기술 개발, 기술 이전, 특허 등록, 기술 상용화 등에 박차를 가하며 기업 가치를 높였다. 2016년 한국과 호주에서 크리스퍼 관련 특허 등록을 마친 가운데 유전자 가위의 정밀도와 안정성을 높여주는 ‘스나이퍼카스나인’, ‘씨제이카스나인’ 등 보조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농업 바이오기업 몬산토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농우바이오 등과 종자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유전자 가위 이용한 신사업 부각 =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응용한 핵심 신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그린바이오 사업과 유전체교정 치료 플랫폼 개발 사업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생명공학 기술을 접목한 농축산 분야인 그린바이오 산업은 현재 시장 규모만 1000억 달러(약 100조 원)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급격한 기후·인구 변화가 예상되는 2030년에는 6조 달러(약 6000조 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툴젠은 이런 그린바이오 사업에 발맞춰 기존의 동식물 사업부를 그린바이오 사업부로 개편하고, 원천기술인 유전자교정 기술에 기반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유전자교정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각 분야의 대표적 상업화 전문 기업과의 기술 이전계약을 속속 체결하고 있다. 툴젠은 2017년 농업 관련 글로벌 1위 기업인 몬산토(Monsanto)에 ‘크리스퍼 카스나인’ 유전자 가위 기술을 기술 이전한 바 있다. 또한 타 기업으로의 기술 이전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계속 진행 중이다.
또한 유전자 치료 분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13년 이래 유전자 치료 분야는 임상 개발 및 자본 투입에 있어서 중흥기를 맞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를 통한 희귀 질병 치료제와 면역세포를 이용한 항암 유전자 치료제가 산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유전체교정 기술의 빠른 치료제 분야 진출을 위해서는 기존 유전자치료 플랫폼에 유전체교정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유전자치료 방식은 면역세포 기반 항암 유전자 치료제가 있다. 이러한 치료제는 체외에서 생산되는 과정에서 유전체교정 기술을 적용해 효능 및 사업성을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유전체 교정 기술의 임상용 적용에 적합하다. 이에 툴젠은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을 높은 효율성과 특이성으로 세포에 적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달 방식을 개발해냈다. 이를 바탕으로 면역세포에서 최적화한 유전체교정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툴젠 관계자는 “향후 크게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는 면역세포 기반 유전자 치료제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개발 후에는 다수의 라이선스아웃(기술 수출)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스닥 상장 삼수생… 연말 재도전 나선다 = 코스닥 상장 삼수생 툴젠이 기술성 평가를 통해 코스닥 입성에 다시 도전한다. 툴젠은 5월 기술성 평가를 신청하고, 이르면 11월 말 코스닥 이전상장을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툴젠은 하반기 감사를 마친 후 8월 중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 신청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그동안 두 번 코스닥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번번이 좌절됐고,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특히 두 번째 코스닥에 도전할 때 발목을 잡았던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특허권 실효성은 우리나라와 호주의 특허 등록 완료로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도 특허 등록을 계획하고 있어 향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상장 계획에 맞춰 관련 업계의 유명인사들도 영입하고 있다. 툴젠은 올해 3월 이병화 엠지메드 전 대표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 부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장기신용은행과 국민은행을 거친 재무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2015년 마크로젠 자회사였던 엠지메드에서 대표를 맡았고, 엠지메드를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성공적으로 이전 상장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