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립의 중립 직립] 삼정문란(三政紊亂)과 세제개편

입력 2018-06-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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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세금의 사전적인 정의는 ‘국가의 필요한 경비를 위해 국민이 소득 일부를 의무적으로 내는 돈’이다. 세금의 필요성은 알지만, 일단 거부감이 먼저 드는 등 세금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역사를 봐도 세금으로 민초의 삶은 고단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삼정문란(三政紊亂)이다. 조선 시대 주요 세금인 전정(田政), 군정(軍政), 환정(還政) 등 세 가지 세금 체제가 변질돼 조선의 힘없는 백성은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전정은 땅의 크기와 그 땅의 생산량을 조사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정한 세금 부과가 어려웠고, 실제 소유하지 않은 토지에 세금을 징수하기도 했다. 군정은 군포를 내고 군대에 가지 않는 제도이다. 하지만 군포를 면제받는 편법이 등장하면서 군포가 줄자 가족, 이웃, 심지어 어린아이와 죽은 사람에게까지 징수했다. 환정은 농민에게 식량과 씨앗을 빌려주고 추수 이후 돌려받는 정책이다. 빌려준 곡식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빌려준 양의 10분의 1을 이자로 받다가 국가재정이 어려워지자 이자를 2분의 1까지 올렸다. 빌려주는 곡식에 모래, 겨 등을 섞어 실제 양을 줄이는가 하면, 빌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 백성에게도 강제로 배부했다.

이 같은 삼정의 문란 등으로 인해 1811년 홍경래의 난, 1862년 농민항쟁 등이 일어났다. 가렴주구(苛斂誅求)나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는 ‘혹독한 세금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의 중국 고사성어이다.

다음 달 말 2018년 세제개편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6·13 지방선거 압승으로 힘을 받은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에 방점을 찍고 세제개편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보유세 인상 등 증세론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사회의 빈부 격차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고 세심한 조세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월평균 가계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감소한 128만6000원에 불과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가계소득은 9.3% 증가한 1015만1000원으로 1000만 원을 돌파했다. 소득 하위 20%의 감소 폭과 상위 20%의 증가 폭은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이는 흙수저 등 서민들에게 절망감을 주는 통계이다.

이에 대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소득분배 관련 경제현안 간담회를 주재하며 “저소득층 소득 감소와 분배 악화와 관련해 필요할 경우 내년 예산·세제 개편안에 (개선안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22일 ‘바람직한 부동산세제 개혁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연다. 이날 토론회에선 현재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액 결정 시 적용하는 공시가격 비율) 인상안, 세율 인상안,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추가 과세안 등 보유세 개편안이 공개될 예정이며 관련 토론도 벌인다. 전문가들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방안이 주택 보유자에게 부담을 덜 준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세수입은 265조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조8000억 원이 증가했다. 나라 입장에서는 곳간이 더 찼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호주머니에서 돈이 더 나간 것이다. 정부가 어떤 세제개편안을 마련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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