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 이식 필요한 환자 2000명 넘어, 추가 안전성 검증 추진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은 지난해 5월 돼지 각막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면역억제제 없이도 지금까지 정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이로써 인체 이식 임상을 위한 안정성 기준을 충족하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람에 대한 이종 간 각막 이식 임상을 진행하려면 사전에 동물 8마리에 이식해 5마리가 각막 기능을 유지해야 하고, 그중 한 마리는 1년 이상 각막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진청은 인체 임상을 염두에 두고 각막 이식 연구를 진행했다. 사람의 이식 수술에 사용하는 수술 방법인 부분체 각막 이식(이상이 있는 부위만을 선택적으로 이식하는 기술)을 사용해 돼지의 각막을 원숭이에게 이식했다. 수술 후 각막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안약도 사람이 쓰는 것과 같은 종류로 사용했다. 연구를 공동 진행한 신기철 건국대학교병원 교수는 "사람 간 이식에 사용하는 정도의 안약만으로 기능이 유지될 때 가치가 있다고 보는데 이번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라고 평가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안구 이식이 필요한 환자의 수는 2016년 20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들이 안구를 이식받기 위해서는 보통 6년을 넘게(2371일) 기다려야 한다. 연구진은 인체 이식 연구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면 각막 손상으로 인한 시각 장애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안정성 검증을 위해 올 하반기와 내년에 원숭이를 이용한 이식 수술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농진청은 오래 전부터 이종 간 장기·조직 이식을 연구해 왔다. 2010년에는 거부 반응을 제어한 이종 이식용 돼지인 '믿음이'를 개발했다. 돼지는 사람이나 영장류와 생리가 비슷해 이식 연구에 적합하지만 거부 반응이 일어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숭이에게 이식한 각막도 믿음이의 각막이다.
농진청은 믿음이를 이용해 각막 외에도 심장이나 신장 이식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곧 췌도 이식 연구도 시작할 예정이다. 양창범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장은 "국민의 의료 복지를 높이기 위해 그간 이종 이식 연구를 꾸준히 준비해왔다"며 "동물 생명공학 기술을 접목한 바이오 장기와 인체 질환 모델 등 고부가가치 가축 모델 개발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