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 춤 가운데 ‘살풀이 춤’이라는 게 있다. 소복을 입고 손에는 하얀 천을 들고서 살풀이장단에 맞춰 움직이는 듯 안 움직이는 듯 동작이 그다지 크지도 빠르지도 않으면서도 내적으로는 엄청난 에너지와 열정을 감추고 있는 춤이다. 스페인의 플라멩코가 가시적인 정열을 한껏 분출하는 춤이라면 우리의 살풀이춤은 안으로 열정을 감추다 못해 금방 터질 것 같으면서도 소리 죽여 흐느끼게 하는 춤이다. 우리 춤의 정수이자 백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살품이춤은 원래 살풀이를 할 때 추는 춤이다. 살풀이는 한자의 煞(살)과 순우리말의 풀이가 합쳐진 말로, 문자 그대로 煞을 푼다는 뜻이다. 煞은 흔히 ‘죽일 살’이라고 훈독하는데, 실지로 생명을 죽인다는 의미의 글자인 ‘殺(죽일 살)’과 달리 ‘풀이 죽다’, ‘기가 죽다’ 등과 같이 본래 가지고 있던 색깔이나 특징 따위를 약화시켜 드러나지 않게 한다는 의미를 가진 글자이다.
煞이 명사로 쓰일 때는 “사람을 해치거나 물건을 깨뜨리는 모질고 독한 귀신의 기운”을 이르는 말이다. 돌연사를 의미하는 ‘급살(急煞)을 맞았다’는 말의 急煞에 쓰인 ‘煞’이 바로 그런 뜻이다. 그런데 운명적으로 그런 煞을 타고난 사람이 있기도 하고 후천적으로 어떤 인연에 의해 두 사람 사이에 그런 몹쓸 살이 끼어들기도 한단다.
살풀이는 바로 이처럼 타고난 몹쓸 살이나 끼어든 나쁜 살을 풀어주는 굿을 말한다. 한자말로는 ‘풀 해(解)’를 써서 해살(解煞)이라고 한다. 나중에는 꼭 그런 운명적인 煞이 아니더라도 두 사람 사이에 오해로 인해 생긴 증오도 살에 비유하여 오해를 풀고 다시 화해하는 것을 살풀이라고 하게 되었다.
남과 북, 그리고 북과 미국이 다시 만나 악수를 했다. 이미 살풀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혹시 다시 살이 낄까 봐 살풀이굿이라도 해서 다시는 갈라서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 나만의 바람이자 조바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