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재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남북이 지난달 말 북한 도로 개보수 및 확장에 뜻을 모으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남북경협 TF가 분주해지고 있다. 남북은 지난달 26일 북한 지역 철도 현대화에도 합의한 데 이어 28일 경의선 도로의 개성~평양 구간과 동해선 도로인 고성~원산 구간을 현대화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도로 구간의 구조물, 안전시설물, 운영 시설물을 국제기준에 준해 지역적 특성에 맞게 개선하기로 했다. 설계와 시공은 남북이 공동으로 진행하며, 착공식은 필요한 준비가 이뤄지는 데 따라 조속한 시일 안에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의 도로 건설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설계와 시공을 공동으로 하기로 했지만, 국제 기준에 맞추려면 한국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0대 그룹 건설 계열사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남북 평화의 매개체인 관련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한다면 대외적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물산은 남북경협과 관련해 영업팀 산하에 상무급을 팀장으로 하는 남북경협 TF를 구성했고, GS건설 또한 토목·전력 등 인프라 사업 담당자 10여 명을 배치해 대북 TF를 만들었다. 포스코건설은 사업본부별로 시장조사에 나서고 있다. 그 외에 현대건설, SK건설 등은 TF를 구성하지 않았지만, 남북경협 관련 사안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중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행보에는 북한 인프라 현실과 연관 있다. 삼성증권이 발표한 ‘한반도 CVIP의 시대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인프라 총점은 WEF(World Economic Forum) 기준을 적용했을 때 분석 대상 46개국 중 41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열악한 산업기반이 인프라 구축 경험이 풍부한 우리나라 건설사들에 기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과거 대북사업 경험도 남북경협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췄다. 2000년 경의선 복원, 2004년 동해북부선 건설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참여했다. 2015년 경원선 복원 때는 두 회사는 물론이고 포스코 건설이 사업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 업계는 남북을 잇는 철도·도로 등 인프라 구축을 넘어 통일 한국의 국토를 재건한다는 큰 포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