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감세 통한 기업투자와 민간소비 진작 추구…내수 키워 관세폭탄에 수출 타격 받을 것 대비
미국과 중국이 서로 500억 달러(약 54조 원) 규모의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양국은 국내 소비를 북돋아 내수 체력을 키우려고 하고 있다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천명한 초대형 감세법안을 통과시키며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감세 정책을 시행 중이다.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비판도 일었지만 경제지표로만 보면 미국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연방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35%에서 21%로 내렸고 개인 소득세도 기존 7구간이던 것을 3구간으로 단순화하고 최고세율을 낮췄다.
그 결과 미 실업률은 18년 만에 최저 수준인 3.8%를 나타냈다. 소비지출도 최근 몇 달 새 증가폭이 소폭 줄었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물가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목표치로 세웠던 2%에 도달해 안정권에 접어든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손에는 법인세 인하, 다른 한 손에는 정책적 압박 카드를 들고 흔들면서 애플 등 미 기업들이 공장을 ‘리쇼어링(해외로 진출한 기업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하며 일정 부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 이에 지난달 말 트럼프 대통령은 올가을에 추가감세안을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감세안 2탄’에는 중산층을 위한 개인소득세 인하와 은퇴 대비 저축을 유도하는 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대형 감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과도한 저축률과 투자 비중을 줄이고 가계 소비를 늘리기 위해 소득세를 대폭 개편한다. 세후 소득을 원천적으로 늘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소득세 면제 기준을 6300달러에서 9000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세율 범위를 확대해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줄인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초안을 공표하고 28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10월 본격 발효할 계획이다.
5년 전부터 꾸준히 세율을 낮춰온 중국은 지난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대폭 인하했다. 3월에도 세제개혁을 통해 올해 기업·개인 세금 부담을 8000억 위안(약 134조6000억 원)가량 줄이겠다고 선언했다.세율을 낮췄음에도 경기가 안정되고 기업실적이 좋아지면서 오히려 중국의 지난해 재정수입은 전년 동기대비 12.2% 증가했다. 민간소비가 늘면서 부가가치세 수입도 늘어 전체 세수에서 40%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는 감세를 통해 지니계수 0.40에 달하는 극심한 소득불평등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득 대비 세금을 많이 냈던 저소득층에는 실효세율을 낮추는 대신 부동산 거래세를 강화하고 조세포탈을 엄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