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부 차장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스튜어드십과 관련된 연구가 국내에서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배경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합리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건 원천적으로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공감대도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 오죽하면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섣부른 도입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기업들의 자율성이 더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연금처럼 60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자산을 주무르며, 대기업들의 지분을 10% 안팎으로 보유하고 있는 나라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야말로 독보적인 입지다.
게다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 역할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다. 연금을 통해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연금사회주의’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독립행정법인으로 정부와 분리돼 있는 세계 최대 연금인 일본 GPIF, 스튜어드십 코드를 ‘자율적’ 규범으로 규정짓고 있는 미국, 영국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시작은 8년 전인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영국은 사태의 원인을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로 보고, 이를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최초로 도입했다. 현재는 독일, 스위스, 캐나다, 일본 등 20개국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
10여 년이 흘렀지만 현시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성과는 불명확하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016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경제단체 공동건의’와 각종 보고서 인용을 통해 영국, 일본 등 선진국 역시 스튜어드십 코드의 성공 사례는 없다는 것을 주장하며 실효성에 의구심을 보였다.
전경련 측은 “영국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300개 기관투자가 중 실제 이를 준수하는 곳은 30개에 불과하며, 일본은 이 제도 시행 이후 일본 상장사의 ROE는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적극 추진했을까. 제도 수립에 앞서 전제돼야 하는 수많은 연구와 논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도 말이다. 과거 당국의 몇몇 사례를 살펴보면, 이번에도 역시나 ‘선진 제도’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조건 받아들인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도입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필자 역시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전문가가 아닌 만큼 함부로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다. 다만 어떤 제도를 시행하거나 벤치마킹 한 선진국 제도를 도입할 때 그것이 진정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 또 우리의 상황에 맞게 어떻게 수정 보완할 것인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됐다는 사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말만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이지, 그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제도일 뿐이다.
금융당국의 철저한 준비 아래 이 제도의 정의와 같이 ‘기업과 적극적인 대화를 통한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에 기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진정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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