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폭리’ 부영, 엇갈리는 민사 판결…대법원에 쏠린 눈

입력 2018-07-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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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부영이 건설 중인 아파트(뉴시스)
부영이 공공임대아파트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건설비를 부풀려 분양가를 높였다며 입주민들이 낸 200여 건의 민사소송 1ㆍ2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재판부마다 해석을 달리하는 바람에 입주민과 부영사이의 갈등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영 공공임대주택의 입주민들은 부영 측이 분양전환가격으로 부당하게 폭리를 취했다며 2012년부터 전국 각지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로 투입한 건축비가 아닌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대금을 정해 부당한 이득을 봤다는 취지다. 표준건축비란 정부가 고시한 건설비용의 원가를 뜻한다. 그러나 각 법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따라 분양전환가격의 산정 기준이 되는 건설비용을 표준건축비가 아닌 실제로 투입한 건축비로 봤다.

다만 법원의 판결은 실제 건축비를 추산하는 과정에서 엇갈렸다. 실제 건축비에 대한 자료가 이미 폐기되고 없다는 부영의 주장 때문이었다.

일부 법원에서는 부영이 각 지자체에 신고한 과세표준액을 실제 건축비로 판단했다. 2016년 서울고법 민사14부(재판장 정종관 부장판사)는 “구 지방세법에 따라 건물 신축에 따른 과세표준액은 직ㆍ간접적으로 사용된 일체의 비용을 의미한다”며 “과세표준액이 아파트 건축을 위해 실제로 지출한 건설비”라고 판단했다. 2013년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재판장 심우용 부장판사), 2014년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재판장 강태훈 부장판사) 등도 이와 같이 판단했다.

그러나 과세표준액을 실제 건축비로 인정하지 않는 판결도 나왔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재판장 윤태식 부장판사)는 “과세표준에서의 ‘건축공사비와 그 부대비용’ 항목이 건축비와 같다고 보기 어렵다”며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실제보다 적게 신고하는 경우가 있어 과세표준액을 건축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과세표준액을 건축비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엔 전문가의 감정으로 당시 건축비를 추산했다. 2016년,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민사1부(재판장 이영진 부장판사)와 같은 해 서울고법 민사24부(재판장 이은애 부장판사)도 실제 건축비를 법원이 감정한 건축비로 정의했다.

건축비를 무엇으로 추산하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지고 있다. 과세표준액으로 건축비를 추산하는 경우엔 입주민들에게 유리했고, 감정으로 추산하는 경우엔 대체로 불리했다. 이영철 임대아파트전국회의 부영연대 대표는 “감정으로 건설원가를 추산한 경우, 아파트 건설에 투입된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며 “감정을 통해 십수 년 전 사용된 자재의 가격, 임금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입주민들과 부영 간 소송은 대법원에까지 올라가 있다. 대법원에 가장 먼저 상고된 사건은 5월 2일 3~4명의 대법관으로 이뤄진 소부 합의에 회부됐다. 조만간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소송 당사자는 물론 하급심 재판부까지 대법원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37부(재판장 권순형 부장판사)는 4일 첫 공판에서 “분양 전환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곧 판결이 날 것 같아서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다음 기일을 정하지 않았다. 1년이 되도록 다음 기일을 잡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전국 하급심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기 위해 재판을 중단하는 상황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소부에서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면 문제가 없는 이상 선고가 이뤄진다”며 “소부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전원합의체로 넘어가면, 선고가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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