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ㆍKEB하나은행 수천 건 적발했는데 자체조사에선 30여 건 불과
수협과 지방은행 등 5곳에서도 수십 건의 대출금리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이들 은행의 자체 조사 결과를 통해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한 사례를 확인했다. 그러나 일부 은행의 경우 자체 조사 결과를 ‘0건’으로 보고해 축소 또는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이를 바탕으로 다음 주 현장검사에 나설 방침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수협과 광주·DGB대구·JB전북·제주은행 등 총 5개 은행의 자체 조사 결과, 금리를 잘못 산정한 사례 30여 건을 확인했다. 앞서 금감원은 BNK경남은행 등 일부 은행에서 발견된 대출금리 조작 관련 전 지방은행으로 조사를 확대했다. 2~3월 국내 은행 9곳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한 결과 가산금리를 불합리하게 산정한 사례 수천 건을 적발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자체 점검한 5개 은행 가운데 3곳은 부당 금리 산정 사례가 전혀 없다고 보고했다. 또 다른 은행은 2건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30여 건을 발견한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0~2건에 그쳤다. 2013년부터 최근 5년 치를 약 3주 동안 전수조사한 결과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축소 보고’ 의혹도 제기된다. 앞서 적발된 경남은행, KEB하나은행과 같이 전산등록 과정에서 직원이 대출자 정보를 제대로 입력하지 않아 금리가 부당하게 책정된 사례가 반복됐다는 점에 주목할 때 비슷한 사례를 발견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당 금리 산정 사례가 전혀 없다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있다”며 “은행 업무가 아무리 디지털화했어도 수기로 등록하는 절차가 남아 있어, 실수가 없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조사 대상 은행으로선 "금감원이 제시한 기준이 모호하다"며 "직원들도 금리를 잘못 매긴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한편 금감원은 다음 주 이들 은행을 대상으로 정식 검사에 나설 전망이다. 금감원은 자체 점검 결과 문제가 있으면 현장조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행이 "문제가 없다"고 보고하면서 오히려 '부실 대처'란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커졌다. 현장조사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을 뒤로하고 은행권 자체 조사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스스로 사태를 축소하기에 급급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