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중부지역영업그룹 소속 수석 차장 A씨가 지난 5월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숨지기 전 남긴 비망록에서 "기업금융을 제대로 해 본적이 없어 이 자리에서 업체를 개발하고 영업점과 협업하는 데 너무 큰 압박을 가지고 있다"고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몸담았던 곳은 지역영업본부다. 지역본부를 공동영업권 중심 체계로 개편한 곳이다. 지역 본부장 148명을 영업 현장에 파견해 금융서비스 경쟁력을 높인다는 차원이었다. 지역본부별로 영업실적을 평가해 등수를 매겼다.
A씨는 새로운 팀으로 전입한 이후 업무 부담으로 체중 감소 등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사로부터 우수 직원 초청 행사 참석 등 업무 연관성이 없는 지시를 받았고, 심지어 스터디 그룹 운영과 강의까지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은행 지점에서는 심지어 자동차(할부 금융)도 팔게 한다"며 "특히 국민은행의 영업은 과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과도한 영업 압박으로 인한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국민은행에 부지점장으로 근무하는 50대 직원 B씨가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 직원 역시 과로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영업부 부서에서 사망한 직원만 총 7명이다.
KB금융노조는 지난달 1~14일 A씨 죽음 관련 사측과 공동조사를 진행했다. 노조 측은 같은달 20일 졸속으로 신설된 조직에서 일하던 A씨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지역영업본부 C대표 등 관련자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
노조 측은 "이번 사건은 스타팀이라는 조직이 졸속적이고 즉흥적으로 신설된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했다"며 "지역영업그룹 별 평가와 고유 업무에 대한 인식에 따른 갈등이 양산됐다"고 주장했다. 직원 고유 업무인 ‘아웃바운드’와 ‘지역영업그룹’의 영업 평가를 동시에 해야 돼 업무 스트레스가 과중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측은 '직접적인 가해 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은행은 “고인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그룹 차원에서 대응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영업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건 임계점을 넘어서 고장날 수 있는 지점에 왔기 때문”이라며 “은퇴 이후의 삶이 불안정한 은행 직원이 퇴직하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영업을 하는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실적 압박 및 업무부담으로 인한 직원 자살 사건’에 대해 명예회복을 위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