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쏟아지자 백악관, “대통령은 연준 독립성 존중” 해명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상승할 때마다 그들은 금리를 올리고 싶어한다. 나는 정말로 기쁘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경제에 투입하는 노력이 금리를 올린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이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미 정부는 법인세율을 낮추는 등 대규모 세금 감면으로 경제 성장을 꾀하고 있다. 미국 실업률은 최저 수준이며 경제성장도 견실하다. 연준은 경제 회복세에 점진적 금리 인상을 진행했다. 앞서 3월과 6월 두 차례 금리를 올려 현재 기준금리는 1.75~2%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을 배치했지만 동의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17~18일 미 의회 보고에서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이라 시사했다. 연준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두 번 더 인상할 계획이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 금융완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만 금리를 올리면 불리하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다. 그는 인터뷰에서 “유럽은 쉽게 돈을 벌고 있으며 통화 가치가 하락한다. 중국 위안화는 바위처럼 떨어진다”면서 “우리 통화 가치는 상승하고 있어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달러 강세는 우리 수출품을 세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만든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 이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상승폭을 반납해 전일 대비 0.07% 오른 95.16을 기록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깨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며 위험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리처드 피셔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위대한 미국 경제의 특징 중 하나는 연준이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연준의 활동을 방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파월 의장이라면 대통령을 무시하고 내 일을 할 것이며 나는 그가 그렇게 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반응을 예견한 듯 인터뷰에서 “나는 한 명의 개별적인 시민으로서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아마도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면 안된다고 하겠지만 내 견해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논란을 의식해 인터뷰 직후 성명을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은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며 “금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잘 알려져 있고 인터뷰 발언은 오랫동안 지지해온 견해의 반복”이라고 해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적인 의견이 연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독립성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확인하도록 강요당하면서 금리인상 속도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등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경제보좌관을 지낸 마크 수멀린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오히려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금리인상을 그만두라고 말하면 연준은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지난 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정책적 관심과는 독립적으로 정책을 수행하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면서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으며 백악관의 정치적 압력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